7일 조선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퍼시픽드릴링은 지난 3일 미 연방파산법 11조(챕터11) 적용 신청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챕터11은 파산위기의 회사가 회생할 시간을 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는 절차다. 퍼시픽드릴링은 최근 수년간 지속된 저유가와 해양시추 업황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퍼시픽드릴링이 파산 가능성을 직접 언급함에 따라 삼성중공업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퍼시픽드릴링과 2013년 드릴십 1척에 대한 5,900억원 규모의 건조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드릴십은 깊은 수심의 해역에서 원유와 가스 시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선박 형태의 시추설비다. 삼성중공업은 2015년 건조를 마치고 선박 인도를 요청했으나 퍼시픽드릴링은 각종 결함을 지적하며 인도를 미루다 결국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퍼시픽드릴링이 실제 파산 절차를 밟으면 삼성중공업의 거래 대금 회수 여부는 불투명해진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1,892억원의 선수금은 받아뒀으나 나머지 3,514억원은 회수하지 못한 상태다. 퍼시픽드릴링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국제기구에 중재를 신청하는 등 잔금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왔으나, 퍼시픽드릴링이 파산하면 잔금을 회수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특히 드릴십을 매각해 비용을 회수하는 차선책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삼성중공업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선사가 파산하는 경우 드릴십을 다른 선사에 매각하는 방식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 드릴십 등 해양플랜트 수요가 한창이던 때와 상황이 달라진 만큼 선박을 내놓더라도 실제 거래가 성사될지는 불확실하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 세계 드릴십 수를 100으로 놓을 때 실제 가동 중인 선박은 60 수준”이라며 “드릴십 시장이 현재 공급과잉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시드릴 리스크’를 안고 있는 삼성중공업 입장에선 악재가 겹친 셈이다. 삼성중공업은 글로벌 시추업체 시드릴에게 드릴십 2척을 인도한 뒤 잔금 8,200억원을 받을 계획이었으나 시드릴은 인도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시드릴 역시 지난달 파산 가능성을 거듭 언급하는 등 해양시추 업황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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