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오픈 1주일 만에 신규 계좌 수 150만을 돌파하는 등 쾌속질주를 거듭하자 금융권 안팎에서 카카오뱅크의 폭발적 성장에 놀라움의 시선을 보내는 동시에 케이뱅크를 향해서는 의구심을 담은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카카오뱅크보다 4개월이나 먼저 출범했음에도 가입자 수가 카카오뱅크의 3분의1 수준인데다 상품·서비스에서도 기존 은행과 차별화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케이뱅크 내부에서는 비금융권인 KT 출신을 임원 자리에 앉힌 ‘낙하산’ 인사 탓에 혁신과 전략 수립에서 카카오뱅크에 밀리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을 중심으로 카카오뱅크 돌풍의 이유를 시중은행은 물론 먼저 영업을 시작한 케이뱅크와의 비교를 통해 찾으려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단 카카오뱅크에 대해 한국투자운용 CIO 출신 이용우 대표와 다음 경영지원부문장 출신 윤호영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아 모바일에 최적화된 인터넷은행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반면 케이뱅크에 대해서는 KT의 주요 계열사 및 비서실 출신 임원들이 다수 배치된 탓에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 제공에서 밀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단순 가격 경쟁력이 문제가 아니라 ‘불편함 해결’이라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세세한 부분에서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면서 “반면 케이뱅크는 기존 은행의 모바일뱅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케이뱅크 내부의 불만은 KT 출신 임원진에 집중되고 있다. KT에서 온 임원들이 모두 비서실을 거친 인사들로 포진돼 은행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실제로 현재 케이뱅크의 임원 8명 중 은행장을 포함한 3명이 KT 출신인데 이들은 모두 비서실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케이뱅크 측은 “케이뱅크 설립을 주도했던 곳이 비서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내부에서는 앞으로 카카오뱅크나 제3, 제4 인터넷전문은행과의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증폭되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씨티은행과 손잡고 은행권 최저 수준 수수료의 해외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계좌 안 또 다른 금고 기능을 하는 ‘세이프박스’를 선보인 것과 비교하면 케이뱅크는 현재도 마땅한 ‘킬러 콘텐츠’가 부재한 상황이다. 또 현재 카카오뱅크의 직장인 신용대출에는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한도 조회마저 원활하지 못한 상태인데 케이뱅크는 이에 상응하는 ‘직장인K 신용대출’을 상품 개편을 명목으로 판매 중단한 지 2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케이뱅크의 한 내부 관계자는 “KT는 금융업에 대한 이해가 없고 구태의연한 면이 있어 카카오뱅크에 밀리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며 “금융의 공적인 기능 자체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을 뿐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은 혁신과 참신성이 생명인데 이에 대한 임원들의 의지가 약하다”고 비판했다.
KT가 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도록 은산분리를 허용하는 법안이 여전히 국회에서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케이뱅크가 이대로 혁신에 대한 동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당초 최대주주 지위를 예고했던 KT의 지분비율이 8%에 불과하며 현재 법상에서는 추가 증자를 해도 2% 정도의 여력밖에 없다. 한편 케이뱅크는 연내 2,500억원의 증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이른 시일 내에 이 중 1,000억원을 먼저 증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원·김보리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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