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준(사진) 텍톤투자자문 대표가 삼성자산운용에 몸담고 있던 지난 2009~2011년은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열풍이 한창이었다.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찾은 호텔 직원조차 남 대표를 붙잡고 “한화케미칼을 사는 게 좋으냐”고 묻던 때였다. 개미투자자들이 빌린 돈(신용투자)으로 투자에 나설 때쯤 ‘차화정’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7년 현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정보기술(IT) 업종에서 ‘차화정’의 그림자가 보인다고 그는 말한다.
남 대표는 8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IT주가 더 오를 수도 있겠지만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차화정’ 같은 용어의 탄생과 맹목적인 고점 투자 사례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IT 업종에서는 국내의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해외의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로 대표되는 투자 열풍이 한창이지만 최근에는 주가가 심상치 않다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남 대표는 “국내에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로 자금이 몰리면서 이제는 일반 투자자들조차 레버리지(신용)를 일으켜 선물 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해당 종목이나 업종이 좋고 말고를 떠나 이미 기대치가 너무 높아졌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IT가 이미 2012년부터 상승세를 보였고 우리는 뒤늦게 오르는 중”이라며 “8·9월 중 IT 업종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IT 대신 주목하고 있는 업종은 인프라다. 남 대표는 “중국은 시진핑 2기 정부가 출범했고 여타 주요국 정권이 교체되면서 인프라 투자가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구리·철광석·팔라듐 등 수요 증가에 곧바로 반응하는 원자재 가격이 상승 추세인데다 캐터필러 등 건설 장비 업체의 실적과 주가도 개선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자산운용에서 코어주식운용본부장,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지낸 남 대표는 2014년 텍톤투자자문을 설립했다. 지난해 박스피에도 불구하고 연 20%가 넘는 수익률을 올리면서 투자자문사들 중에서도 최상위권의 성적을 기록한 바 있다. 그는 “금리 인상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각국의 인프라 투자에도 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다”며 “6월부터 인프라 업종의 핵심인 철강주 비중을 높이는 등 포트폴리오도 바꾸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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