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인이 쓰는 모자의 70%는 우리나라 회사들이 국내외에서 만든다. 가슴 뿌듯한 일이다.
한국전쟁 후 숙련공이 없던 시절 달랑 재봉틀 몇 대와 몇 조각의 천으로 시작한 모자 회사들이 경제 패러다임 변화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고 신속하게 대응해온 덕분이다. 대한민국의 성공적인 경제 성장 맥락에 발을 맞추며 글로벌 회사로 성장해 세계 모자 시장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요즘 국내외 산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4차 산업혁명이다.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해 적응하고 넘어서야 하는 새로운 도전과제다. 1·2·3차 산업혁명 속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에 익숙했던 인류는 이제 소량 다품종, 지식·문화, 콘텐츠로의 소비가치 이동과 인공지능(AI) 등으로 특화된 딥러닝 등의 신경제 패러다임을 어떤 방식으로 맞을지 혼란스러워하며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전 세계 시장은 4차 산업혁명의 트렌드 안에서 생산자와 소비자 환경의 변화에 요동친다. 국내 모자산업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글로벌 모자산업의 리더로 가격보다는 가치, 제품보다는 작품으로 변화하는 소비자의 구매 인식을 분석해 모자를 새로운 상품군으로 확장해야 하는 때다.
우선 우리 한민족을 포함해 전 세계 민족의 역사를 살펴 모자의 역사를 연구하고 의미를 찾아내는 학문적 영역을 넓혀야 한다. 춥거나 뜨거운 기후에 적응하느라 착용하거나 신분 표시 또는 패션 소품으로 활용해온 모자의 기능을 파악하고 정의함으로써 모자 사용의 올바른 이해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생산자 중심 사고에서 탈피해 소비자를 향해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이다.
또 모자와 관련한 축제나 체험활동 등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후원해야 한다. 아울러 국내의 각 모자 제조 기업이 차별화된 제품군을 늘려 업체 간의 디자인 불법 복제나 출혈 경쟁을 피해야 할 것이다.
19세기 초 조선을 방문한 서구의 많은 외교관과 기자·여행객이 조선의 발달한 모자문화에 감탄하며 찬사를 보낸 기록물이 많이 있다. 국내 모자 업계는 양적으로 성공하면서 그 사실들을 소홀히 다뤄온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질적 성공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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