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중국 일변도인 해외기업 상장유치작업의 다각화를 위해 호주 지역을 첫 공략대상으로 삼았다. 거래소는 국내 시장과의 근접성과 유사성이 상대적으로 높으면서도 선진시장으로 꼽히는 호주기업을 목표로 해외기업의 상장 보폭을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호주 바이오기업인 엘라스타젠의 국내 상장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일부 국내 증권사들이 상장주관사 경쟁에 이미 착수해 늦어도 내년 초에는 상장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엘라스타젠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튼살 치료와 피부 재활성화, 흉터 치료 등에서 트로포엘라스틴을 이용한 기술 상용화에 나서며 임상을 진행 중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기업공개(IPO) 시장에 바이오 강세 흐름이 지속할 것으로 본다”며 “이르면 연내 상장도 가능해 호주기업으로는 1호 상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거래소는 중국 외에 베트남·일본 등 해외기업의 상장 유치에 공을 들여왔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 2007년 이후 국내 시장에 상장된 해외기업 29곳 가운데 22곳이 중국기업일 만큼 해외기업 상장은 중국기업 상장과 동의어로 취급됐다. 하지만 2007년 중국기업이 국내 증시에 처음으로 입성한 후 상장된 중국기업 22곳 가운데 12곳이 상장 폐지됐다. 최근 중국원양자원(900050)도 사실상 상폐 절차를 밟게 되면서 거래소가 나서서 IB들에 중국기업 상장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당부를 하고 나섰다. ★본지 2017년 8월9일자 18면 참조
중국기업 상장이 당분간 어렵다는 판단 속에 IB들 역시 해외기업 발굴의 폭을 다변화시키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중국 쪽으로 치우쳤던 해외IPO 전담팀의 전면 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외기업에 투자한 벤처캐피털(VC)과 사모투자펀드(PEF)와의 ‘윈윈’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IB업계 관계자는 “VC가 투자 회수에 나설 때 해외 현지에서 지분 매각도 가능하지만 국내 상장을 통해 기업과 VC·PEF 모두 윈윈할 수 있다”며 “거래소가 국내 증권사와 VC·PEF 간 가교역할을 해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전했다. 엘라스타젠도 2015년 말 한국투자파트너스로부터 500만달러(한화 약46억원) 규모의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받았다. 거래소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엘라스타젠뿐만 아니라 스틱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한 순수 베트남 기업 나노젠도 투자 회수시기에 국내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국내 VC와 PEF의 투자 회수를 돕고 해외기업의 국내 상장으로 투자자의 선택의 폭도 넓힐 수 있는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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