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의 미국 기업 인수합병(M&A) 바람과 함께 시작된 중국 기업의 미국 증권거래소 인수 계획이 사실상 1년 반 만에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시카고증권거래소의 중국 인수 결정을 연기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SEC 직원들이 시카고증권거래소 인수 허가를 요청했지만 SEC 위원들이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결정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2월 중국 충칭차이신엔터프라이즈그룹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시카고증권거래소를 인수하겠다고 밝혔지만 미국 의회가 중국 자본에 의한 인수로 증권거래 비밀정보가 유출되고 중국 정부의 개입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반대해 인수절차가 미뤄져왔다. 미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도 중국 자본의 시카고증권거래소 인수가 국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거래량이 많지 않은 시카고증권거래소의 인수가격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인수의 부정적 영향이 지나치게 부각된 측면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만일 충칭차이신 컨소시엄의 시카고증권거래소 인수가 성사되면 중국 자본이 미국 증권거래소를 사는 첫 사례가 된다. 135년 역사의 시카고증권거래소는 미국의 13개 증권거래소 가운데 하나로 거래량은 전체의 0.4%에 불과하다. 이에 앞서 지난 2011년에는 독일 증권거래소인 도이체뵈르제(Deutsche Boerse)가 뉴욕증권거래소 인수를 시도했으나 양국 당국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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