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의 통상임금 소송 1심 판결을 앞두고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통상임금에 따른 인건비 부담 증가가 현실이 되면 생산거점을 해외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배수진을 쳤다.
현대, 기아,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 등 5개사의 모임인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10일 ‘통상임금에 대한 협회의 입장’ 성명을 내 “기아차가 통상임금 판결로 약 3조 원의 추가 인건비 부담을 질 경우 회사 경쟁력에 치명타를 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국내 자동차 생산의 37%를 차지하는 기아차가 경영·경쟁력 위기를 맞으면 1·2·3차 협력업체로 전이돼 같은 그룹 현대차까지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이들은 다른 국내 완성차업체의 인건비 상승, 법적 소송 남발 등이 이어져 한국 자동차 산업 전체가 생태계 위기에 놓이고 기술 개발과 미래 자동차 경쟁력을 위한 투자도 줄어들게 된다고 주장했다.
완성차업체들은 “이런 차원에서 통상임금 사안의 실체적 진실과 자동차 산업과 기업들이 당면한 위기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통상임금에 관한 사법부의 판결에 이뤄지기를 간절히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의 13.6%, 고용의 11.8%, 수출의 13.4%를 담당하는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자동차산업이 위기를 극복하고 발전해 일자리 보존과 창출에 계속 기여할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완성차업체들은 성명에서 지금까지 정부 지침이나 노사 합의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통상임금 변화에 따른 ‘사후 소급’ 임금 지급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1988년에 마련된 노동부 행정지침은 매달 지급하지 않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규정했다. 이를 당연히 지켜야 하는 법적 효력으로 간주하고 임금 협상에 적용해왔다는 게 민간업계의 입장이다. 이들은 “통상임금 개념정의를 새로 판결하면서 그간의 임금체계와 임금총액에 귀책사유가 없는 회사 측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부담을 주고 노조 측에는 막대한 불로소득을 덤으로 준다면 사법적 정의와 형평성에도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성윤지인턴기자 yoonj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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