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의 핵심은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복지 제도권 밖에 있던 ‘비수급 빈곤층’을 복지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초생보를 받는 가구는 복지급여 덕분에 한 달 소득이 평균 95만7,000원이었지만 부양의무자제도로 급여를 받지 못하는 가구는 50만3,000원(중위소득~30% 사이 가구)에 불과했다. 보건복지부는 비수급 빈곤층을 파악하고 있음에도 부양의무자제도 때문에 지원을 못했는데 앞으로는 지원할 길이 열리게 된다. 163만명인 기초생보 수급자는 오는 2020년 252만명까지 늘어나고 비수급 빈곤층은 93만명에서 33만명까지 최대 60만명 줄일 방침이다. 종합계획을 통해 바뀌는 내용을 생계·주거·의료·교육 등 4가지 분야별로 정리했다.
◇기초생계 확대로 독거노인 국가로부터 최대 67만원 받아=서울 종로구에서 홀로 사는 81세 문모씨는 한 달 소득이 기초연금 약 20만6,050원뿐이지만 기초생보는 받지 못하고 있다. 6번의 신청을 했지만 큰딸이 부양능력이 있다고 판정돼 탈락했다. 그러나 올해 11월부터는 딸이 노인이고 소득도 하위 70%여서 생계급여로 28만9,830원(1인 가구 최대지급액 49만5,879원에서 기초연금을 뺀 금액)이 지급된다. 주거급여 17만3,340원도 받을 수 있어 국가로부터 받는 돈은 매월 66만9,220원(기초연금 포함)이다. 내년부터는 기초연금이 25만원으로 인상되고 생계·주거급여도 올라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
이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11월부터 단계적으로 축소되기 때문이다. 수급자 가구에 노인이나 중증장애인이 있고 부양의무자 가구에도 노인·중증장애인이 있다면 부양의무를 안 져도 되며 급여를 받을 수 있다. 다만 부양의무자 가구는 소득하위 70%여야 하는 조건을 달았다. 2019년 1월부터는 수급자 가구 특성과 상관없이 부양의무자 가구에 소득하위 70% 중증장애인이 포함되면 부양의무를 면제하며 2022년 1월부터는 소득 하위 70% 노인이 포함된 가구에 대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게 된다. 복지부는 2020년까지 생계급여를 새롭게 받는 사람을 3만5,000명으로 보고 있다.
◇주거급여, 자녀가 돈 많아도 지급…90만명 혜택=주거급여는 4대 기초생보 급여 중 가장 파격적으로 바뀌는 제도다. 내년 10월부터 부양의무자 기준이 아예 없어져 당사자 가정만 소득요건을 충족하면 매월 최대 40만3,000원(구성원이 6인인 수급자 가정 서울(1급지) 거주 기준)을 받을 수 있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당사자 가정의 소득만 보기 때문에 자녀 등이 수십억원의 소득이 있어도 주거급여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이로 인해 90만명이 새롭게 주거급여를 받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세부적으로 주거급여 대상자는 현재 중위소득의 43% 이하만 해당했는데 복지부는 2020년까지 45%로 올려 지원 대상을 넓히기로 했다. 또 지급상한액인 기준임대료도 내년에는 가구원 수, 지역별로 2.9~6.6% 인상했다. 이전까지는 과거 3년간의 주택임차료 상승률(2.4~2.5%)을 적용했지만 이번에 대폭 올려잡았다. 이로 인해 서울에 홀로 사는 중년 남성 김모씨는 그동안 주거급여 20만원을 받았지만 내년에는 21만3,000원(서울 거주 1인 가구 한도 20만원→21만3,000원으로 인상)을 받아 주거비 부담을 덜게 된다. 자가 가구 보수 한도액도 950만원에서 1,026만원(대대적인 보수 기준)까지 받을 수 있다.
◇의료급여 확대…틀니 본인 부담 27만원→8만 9,000원=실제 의료행위가 발생해야 받을 수 있는 의료급여는 생계급여와 같은 시간표대로 부양의무자가 폐지된다. 2020년까지 7만명이 새롭게 급여를 받는다. 대상자 확대뿐만 아니라 혜택을 높인 것도 눈에 띈다. 의료급여 수급자의 본인 부담액 상한은 2종 수급자의 경우 연 120만원에서 80만원으로 인하하기로 했다. 아동은 6~15세 입원 시 본인부담률을 현재 10%에서 3%로 낮춘다. 노인은 틀니의 경우 20~30%인 본인부담률을 5~15%로 낮추며 임플란트 역시 20~30%를 10~20%로 내리기로 했다.
이번 조치로 경기도 화성시에 사는 의료급여 1종 수급자인 박모씨의 틀니 본인 부담은 27만원에서 8만9,000원으로 내려간다. 총비용은 134만원이었고 본인부담률이 20%였지만 올해 말부터는 5%로 낮아진다.
◇교육급여, 최저교육비 100% 보장…초등생 연간 20만원, 중고생 29만원 지급=교육급여는 기준중위소득 50% 이하인 가정 중 초중고등학교 자녀가 있는 곳에 연간 4만~5만원씩 지원하는 제도다. 그러나 현재 교육급여 지급액은 법정 최저교육비의 20~30%대에 불과할 정도로 적다. 복지부는 이를 2020년까지 10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부교재비 최저교육비는 연간 13만1,208원인데 올해는 지원단가가 4만1,200원밖에 되지 않았다. 2020년 13만2,000원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에 따라 2020년에는 초등학생은 20만3,000원, 중고등학생은 29만원의 교육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교육급여와 교육비 지원사업과의 연계를 통해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교육복지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사업개편 방향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