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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청년을 말한다] 결혼 앞둔 청춘 "10여개 주거지원에도...정작 혜택 볼 정책 없어요"

<4>중구난방 청년정책 - 원칙도 효과도 없는 지원책

정부 청년일자리 사업도 60개...여러 부처 백화점식 추진

예산 늘었지만 시너지 못내고 실업률 되레 '최악'으로 추락

컨트롤타워 만들어 체계적 관리·적재적소 지원 이뤄져야

청년들이 아우성이다. 정부는 무수히 많은 청년지원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청년들은 막상 필요한 것을 찾기 힘들다고 호소한다. 서울에 사는 김지민(30·가명)씨는 “결혼을 앞두고 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서울시 정책을 꼼꼼히 살펴봤지만 정작 내가 혜택을 볼 수 있는 정책은 찾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현재 청년주거지원제도로 중앙정부는 행복주택·사회주택·전세임대·디딤돌대출·버팀목대출·월세대출 등을, 서울시는 희망하우징· 리모델링형사회주택·한지붕세대공감 등을 각각 시행하고 있다. 사업 이름만으로는 어떤 제도인지 구분하기도 어렵다.





정책이 있다손 치더라도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경기도의 한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강경호(25·가명)씨는 “청년내일채움공제를 활용하면 2년간 1,600만원의 목돈 마련을 지원해준다고 해서 어떻게 신청하면 되는지 알아봤다”며 “하지만 기관에서 돌아온 답변은 우리 회사는 제도에 참여하고 있지 않아 신청 자체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청년내일채움공제 참여기업은 7월 말 현재 1만971곳이다. 우리나라 전체 중소기업이 350만곳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참여기업이 턱없이 적은 셈이다.

역대 정부의 청년정책은 숫자만 많을 뿐 엇비슷한 형태로 유행을 타고 있다. 한 부처에서 시행하면 다른 곳에서는 비슷한 정책을 내놓는 식이다. 각개전투를 하다 보니 시너지는 나지 않고 정책망 사이에 뻥 뚫린 틈새로 수많은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관련 예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청년 삶의 질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청년실업률은 사상 최대치로 치솟았고 주거 빈민으로 전락하는 청년은 급증하는 추세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긴급 지원책을 모색해야 할 만큼 청년 부채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하고 있다. 중구난방식 청년지원 정책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13일 정부에 따르면 청년 일자리 예산은 본예산 기준으로 올해 2조5,934억원에 이른다. 지난 2015년 1조7,549억원에서 2016년 2조1,113억원 등으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 정부 추가경정예산과 각 지자체가 매칭 형태로 투입하는 예산까지 합치면 총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크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부는 이 예산으로 2017년 기준 모두 60개 청년 일자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18개, 문화체육관광부 11개 등이다.

그나마 청년 일자리 사업 수와 예산은 집계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 주거와 금융 등을 포함한 전체 청년 정책은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 얼마 만큼의 예산을 쓰고 있는지 파악조차 안 되는 실정이다. 대부분 지자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각종 사업을 앞다퉈 벌이며 청년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지만 체계적인 관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각 기관의 백화점식 나열로 청년 정책이 이처럼 양적으로 팽창했음에도 불구하고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청년실업률은 4월 11.2%를 기록하며 통계 기준을 변경한 1999년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5월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4%포인트 떨어진 9.3%로 집계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이달 취업준비생 등 사실상 실업자까지 포함한 청년 체감실업률은 무려 22.9%에 이른다.

지난해 통계개발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주거빈곤 가구에서 가구주 연령이 35세 미만인 청년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9%로 노인가구(20%)와 13~20세 미만 아동이 있는 아동가구(14.8%)보다 컸다. 주거빈곤 가구는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지하·옥탑거주 가구, 주택 이외 거처 거주 가구,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RIR)이 30%를 초과하는 가구 등이다.

청년 부채도 수직 상승하고 있다. 30대 이하 소득 대비 가계대출비율(LTI)은 2014년 136.0%에서 올해 185.2%로 3년 새 무려 49.2%포인트 뛰어올랐다.

정책에 따라 달리 적용하고 있는 ‘청년’의 나이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예를 들어 청년 실업률을 산출할 때는 15~29세, 지방공기업이 고용에 나설 때는 15~34세, 창업지원을 할 때는 20~39세를 청년으로 본다. 정부 관계자는 “청년의 나이가 들쭉날쭉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사업별로 가장 적합한 수혜 대상자 나이를 특정하다 보니 나타난 결과”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년기본법’ 제정과 청년정책의 통합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박철우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지금은 여러 부처가 따로따로 운영하다 보니 시너지도 안 나고 투자하는 만큼의 효과도 없다”며 “청와대나 국무총리실 산하에 청년 정책을 총괄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 정책의 초점은 삶의 질 전체를 높이고 소득격차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행히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대구시는 부서별로 분산돼 있는 약 59개의 청년 정책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청년정책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는 청년 일자리·주거·복지·문화 등의 정책을 맡고 있는 총 18개 과가 속해 있다. 올 초에는 TF 운영 총괄과로 청년정책과를 신설하기도 했다. 김요한 대구시 청년정책과장은 “청년정책과는 각 부서 간 협업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중앙정부에도 일원화된 전담조직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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