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회계법인이 KAI에 적정 의견을 내놓자 금융업계 안팎에서는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다만 삼일은 수주산업인 KAI의 회계처리에 대해 추정치 변동으로 미래 손익이 585억원 줄어드는 등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KAI의 대주주인 수출입은행 관계자도 “모든 판단은 금감원의 감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번 적정 의견으로 방산 등 수주산업 회계처리에 대한 논란은 더욱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회계장부는 매 분기 기록해야 하지만 방산을 포함한 수주산업은 특성상 수년간 비용과 수익을 추정에 의존하기 때문에 의도적인 분식회계가 아니어도 추정치와 실제 금액이 달라지는 경우가 흔하다. KAI의 주력사업인 전투기 제조 등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어서 방산산업 비전문가인 회계법인은 기업이 주는 자료와 주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대우조선해양(042660) 분식회계 사태 이후 추정에 의존하는 수주산업 회계처리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총 원가를 추정하고 실제 투입 가격을 대비해 공사 진행을 따지는 투입법 대신 추정 없이 실제 결과물로 진행을 따지는 산출법을 도입하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수주산업은 외관상 완성된 배나 전투기도 마무리를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크기 때문에 산출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게 현장의 중론이다. 결국 금융당국의 개선방안은 현장에서 전혀 적용되지 않은 채 이번 사태를 맞았다.
감사 의견 적정과 별개로 남아 있는 분식회계 논란은 경쟁 입찰 중인 KAI의 미국 훈련기 수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KAI는 미 공군의 차기 훈련기(T-X) 수주전에서 록히드마틴사와 컨소시엄을 이뤄 보잉사와 겨루고 있다. 만약 금감원 감리나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KAI가 원가를 의도적으로 부풀렸다는 분식회계 결론이 나오면 치명타를 입게 된다. 수리온 양산사업 역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윤관철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수리온 관련 비용은 상당 부분 (실적에) 미리 반영됐으나 방위산업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KAI의 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은 절반 가까이 떨어진 주가 탓에 자본 건전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수은은 지난 6월 말 KDB산업은행으로부터 KAI 지분을 주당 6만4,100원으로 계산해 1조1,669억원어치를 받아 자본을 확충했지만 현재 주가(3만6,900원)를 기준으로 한 지분가치는 57% 수준인 6,70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수은은 대우조선해양 부실과 신규지원으로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적정기준(10%)보다 떨어질 것을 우려해 KAI 주식을 받았다. 그러나 이 주식마저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격이어서 추가 자본확충이 필요할 수 있다. 수은의 자본 건전성이 악화되면 다른 기업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금이 줄고 추가 자본을 확충하려면 세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임세원·조양준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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