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에서 주목받는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분석 기술은 기존 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지만 블록체인은 은행 등 기존 산업의 시스템 전반을 바꿀 수 있는 기술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가장 소름 끼치는 이유입니다.”
국내 블록체인 전문가로 꼽히는 박소정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1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블록체인 기술은 초기 연구 단계로 금융에서는 ‘니치마켓(틈새시장)’에 시범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앞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물인터넷(IoT)이나 빅데이터 등과 결합했을 경우 그 파괴력을 가늠하기란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4차 산업혁명을 얘기할 때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가 주도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이보다 블록체인 기술이 단연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통신을 갖춘 자동차인 ‘커넥티트카’가 등장하고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보험 내용을 등록해놓으면 교통사고가 났을 경우 실시간으로 보상 여부를 판별하고 보험금이 지급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윤 교수는 블록체인은 정보를 통제하거나 관리하는 기관이 없이도 개인 간 신뢰를 보장한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탈플랫폼 기술이기 때문에 금융의 중개 기능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은행은 예금자와 대출자를 가운데서 연결해주고 보험사는 사람들을 모아서 위험을 분산시켜주는 사업”이라며 “블록체인 개념에 금융의 역할을 씌워서 보면 개개인이 직접 연결되면서 금융사가 필요 없어진다”고 말했다. 블록체인발 4차 산업혁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은행 등 금융권이 한순간에 쇠락할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다만 아직 블록체인 기술은 초기 연구 단계이고 실제 서비스까지 보안 등 여러 가지 보완해야 할 요소가 많다고 박 교수는 진단했다. 그럼에도 기술이 발전하면 현재의 여러 금융 기관이나 서비스를 대체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모델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 교수는 “블록체인은 사물인터넷이나 빅데이터 같은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리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다”며 “앞으로 이런 기술들이 고도화되고 결합할 경우까지 내다보며 대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