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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경영 투명성 확보 차원? 이해진의 규제 칼날 피하기 전략?

[李창업자, 공정위에 '총수 없는 기업집단' 요청]

내달 준대기업집단 지정 앞두고

네이버 법인 '동일인 지정' 요청

李, 지분 4.6%만 보유…자회사無

이사회 의장 물러나 오너역할 불가능

"선진 경영 시스템 확보" 분석 속

일각선 "관련규제 회피 의혹" 지적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직접 공정거래위원회를 방문해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에 포함될 경우 ‘총수 없는 기업’으로 지정할 것을 요청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네이버=이해진’이라는 등식을 깨고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 맞는 투명성과 선진화된 경영 시스템을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되는 한편 총수 지위를 얻게 될 경우 필연적으로 맞닥뜨릴 규제를 피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우선 지분율에서 고민이 적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창업자는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네이버의 지분 4.64%를 보유하고 있다.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공단(10.61%), 에버딘애셋매니지먼트(5.04%), 블랙록펀드어드바이저스(5.03%)보다 낮은 지분이다. 라인이나 스노우, 네이버랩스 등 네이버의 자회사나 손자회사에 별도로 가진 지분도 전혀 없다. 최대주주 자리는 이미 2014년 9월 말 국민연금공단으로 변경됐고 지난 3월에는 이사회 의장 자리까지 내려놓았다. 창업자지만 기업 오너로서 목소리를 낼 만큼 충분한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창업자가 오너로 군림하며 경영권을 세습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창업자의 의지가 담긴 행보라는 게 당시 네이버 측의 설명이었다. 의장직에서 내려왔을 당시 이재웅 다음 창업자가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특수관계인도 아닌 새로운 의장(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을 중심으로 만들어나가겠다는 의지는 정말 멋지다”면서 “한국 경제에 새로운 모범을 보여주는 셈”이라고 극찬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산 총계가 6조3,700억원 규모로 불어난 네이버가 다음 달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될 경우 이 창업자가 동일인으로 올라설 가능성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개인으로는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데다 창업자라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다. 동일인이란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로 국내법상 법인이나 자연인 모두 동일인 지위를 얻을 수 있다.

이 창업자는 자신이 동일인으로 지정돼 국내 여타 재벌기업처럼 총수가 기업을 지배하는 형태로 비춰지는 것을 원치 않았고, 이를 타개할 방안을 오랜 시간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4일 정연아 법무담당임원, 박상진 재무담당임원과 함께 공정위를 찾아가 네이버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이런 고민의 산물로 해석된다. 공정위는 9월로 예정된 준대기업집단 지정 발표를 앞두고 네이버의 전체 자산 규모와 이 창업자의 총수 지위와 관련한 분석을 벌이던 중이었다.



이미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31곳 중에서 회장의 임기가 정해져 있는 포스코나 KT(030200), KT&G(033780) 등은 ‘총수가 없는 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최대주주인 대우조선해양(042660)과 대우건설(047040)도 법인이 동일인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 창업자가 글로벌 투자 책임자(GIO) 역할에 그치고 있는데다 ‘네이버 주식회사’가 70개 이상의 계열사 모두를 직접 경영하는 구조인 만큼 동일인 지위를 법인에 부여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겠냐는 의견을 공정위에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 창업자가 네이버의 해외 사업과 투자를 주도하는 등 경영 활동을 이어가면서도 준대기업집단의 동일인 지정에 따른 규제를 피하려는 게 아니냐며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동일인 일가(6촌 이내 혈족·4촌 이내 인척)가 30% 이상의 지분율을 보유한 계열사와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동일인 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인 계열사와의 대규모 거래나 주식소유 현황 등을 정기적으로 공시해야 하는 의무를 진다. 이를 위반할 때는 과징금을 물도록 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 창업자와 가족은 네이버 계열사의 주식을 전혀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를 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네이버의 자산과 규모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보다 투명하면서도 선진화된 경영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지민구·정민정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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