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게임사업을 완전히 떼어내 자회사인 카카오게임즈에 넘기고 중간 지주회사인 카카오게임즈홀딩스를 합병한다. 최고 ‘캐시 카우(현금 창출원)’인 게임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지배구조를 효율적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카카오가 지주사 전환에 한 발 더 다가선 것으로 평가한다.
17일 카카오는 게임사업 부문을 자회사인 카카오게임즈로 통합하고 카카오게임즈가 각종 게임 퍼블리싱(서비스·유통)과 ‘카카오프렌즈’의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사업 등을 담당한다고 밝혔다.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카카오프렌즈뿐만 아니라 경쟁력 있는 지적 재산권을 꾸준히 확보하고 자체 개발력을 높여 다양한 국가에서 수익을 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카카오게임즈가 카카오로부터 게임 사업부를 넘겨받아 덩치를 키운 만큼 기업공개(IPO)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카카오게임즈의 기업가치가 5,000억원은 넘어야 상장이 가능하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올해 최대 기대작으로 꼽는 모바일 게임 ‘음양사 for kakao’의 성공 여부가 카카오게임즈의 IPO 시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카카오는 카카오게임즈의 지분 41.8%를 보유한 중간 지주사 카카오게임즈홀딩스(옛 케이벤처그룹)를 흡수합병한다. ‘카카오→카카오게임즈홀딩스→카카오게임즈’였던 지배구조가 ‘카카오→카카오게임즈’로 간결해진다. 카카오는 카카오게임즈에 영업권 등을 넘기면서 신주 3만5주(2,209억원)를 받아 카카오게임즈에 대한 지분율을 80%로 높인다. 게임사업에 대한 김범수 이사회 의장 겸 카카오 대주주의 지배력이 한층 강화된 셈이다.
카카오모빌리티 분사와 게임사업 지배구조 개편 등이 이어지면서 카카오의 지주사 전환설에 힘이 실린다. 업계와 증권가에선 카카오가 인적 분할을 통해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나뉜 후 김 의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케이큐브홀딩스와 ‘카카오 지주사’가 합병하는 시나리오에 무게를 둔다. 그렇게 되면 김 의장은 카카오 지주사를 통해 80개 이상의 계열사를 수직적으로 거느리게 된다.
특히 다음 달 카카오가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새로운 규제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방안으로 지주사 전환이 꼽힌다. 김 의장이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되면 김 의장이 30%(비상장사 2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와의 대규모 거래, 주식 소유 현황 등을 공시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그러면 지금처럼 케이큐브홀딩스 등을 통해 카카오를 간접 지배할 경우 불필요한 비용이 증가한다. 여기다 공정거래위원회도 한 개의 지주사를 통한 간결한 수직 계열 지배구조를 권장하는 상황인 만큼 지주사 전환의 필요성은 커진다. 그러나 카카오는 아직 지주사 전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앞으로 이용자와 파트너를 연결하는 플랫폼 사업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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