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만의 잔치가 다시 시작됐다. 엿새 만에 돌아온 외국인은 순매수 금액 절반 이상을 삼성전자에 쏟아부었다.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 중 상승세를 탄 종목이 6개에 불과할 정도로 시장의 매수 바람은 옅었다. 하지만 삼성전자 한 종목에 불어온 외국인의 매수세는 장중 하락했던 지수를 상승세로 되돌렸다.
17일 코스피지수가 외국인이 삼성전자 등 정보기술(IT) 업종을 집중 매수하며 2,360선을 탈환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한 지수는 1,980선을 밑돌며 삼성전자 한 종목에 대한 증시 의존도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실적에서도 코스피 이익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82% 오른 235만2,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사흘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기관이 유가증권시장에서 1,142억원어치의 매물을 쏟아내며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떨어졌지만 코스피는 삼성전자 덕분에 5거래일 만에 2,360선을 회복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13.41포인트(0.57%) 오른 2,361.67에 장을 마감하며 역시 사흘 연속 상승세를 지속했다.
엿새 만에 국내 증시에 대한 러브콜을 재개한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집중 매수했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한 금액 511억원 중 276억원을 삼성전자에 투입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서울반도체(46억원), 아모텍(39억원), 휴젤(37억원), 에스에프에이(29억원) 등 IT부품주를 쓸어 담으며 코스닥 640선 회복도 이끌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일 대비 7.20포인트(1.13%) 오른 642.11에 거래를 마쳤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2·4분기 실적시즌이 끝나고 호실적을 기록했거나 하반기 전망이 긍정적인 IT·철강화학 업종에 외국인의 매수가 집중되고 있다”며 “시장 자체보다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증시 향방이 달려 있어 미국과 북한이 대치 국면에 치닫지 않는다면 외국인의 IT 순매수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매수·매도가 IT에 집중되면서 삼성전자 혼자 증시를 이끌어가는 모양새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코스피에서 심화하는 삼성전자의 영향력은 삼성전자를 빼고 지수를 계산해보면 그대로 드러난다.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지수는 지난해 11월 중순(1,966.05~1,987.95포인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날 종가 기준 삼성전자의 시총(우선주 제외)은 305조2,155억원으로 전체 코스피 시총(1,567조3,619억원)의 19.47%를 차지한다. 현행 코스피지수는 시총 가중평균 방식을 쓰고 있어 주가 변동에 따른 시총 변동 이외의 이벤트(유상증자·신규상장 등)가 없다고 가정하면 지수는 전체 시총 변화에 수렴한다. 이날 삼성전자를 제외한 코스피 시총은 1,262조1,464억원으로 지난해 11월14~25일 시총과 비슷하다.
삼성전자만 오르는 장세가 지속되자 전체적인 시장 상승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꺾이고 있다. 개인이 빚을 내 투자하는 신용융자거래는 지난 16일 기준 8조2,829억원으로 3거래일 연속 감소했다.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들인 금액으로 주가 상승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기대감을 나타낸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달 27일 8조6,680억원에서 14거래일 사이 3,851억원(4.44%)이 줄었다. 16일 기준 시장별 잔액은 코스피시장 3조9,992억원, 코스닥시장 4조2,837억원이다. 역대 최대치와 비교하면 코스피는 5.48%, 코스닥은 3.79% 각각 감소해 코스피의 감소세가 더 컸다.
시장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편중 현상이 심해질수록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자칫 삼성전자의 주가가 조정을 겪으면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지수의 하락과 반등 모두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IT 업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구조적으로 코스피지수와 IT주의 동조화 현상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윤정선 KB증권 연구원은 “실적 측면에서는 올해 코스피 이익 상승을 주도하는 업종은 여전히 IT”라며 “이러한 관점에서 코스피지수 반등 시에도 IT를 제외한 지수 반등이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KB증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섹터별 영업이익 기여도를 살펴보면 IT 부문이 38.9%로 가장 크다. 이어 산업재(14.1%), 금융(12.5%), 경기소비재(11.2%), 소재(10.7%) 순이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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