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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걸음치다 '대박' 잡은 약

비아그라, 프로페시아, 와파린 등 부작용에 주목

용도 용량 변경해 더 판매되기도

‘소가 뒷걸음치다 쥐를 잡는다.’

어떤 행동이 예상치 못한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이 속담이 신약 개발에도 통한다. 같은 성분이지만 용량, 치료 질병을 변경해 별도의 약을 개발하는 ‘리포지니셔닝’ 전략이 제약 업계에서 활발하다.

대표적인 게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다.

당초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한 것은 고혈압 치료제인 ‘실데나필’이었다. 동맥에서 혈액의 흐름을 막는 효소를 차단해 혈압을 낮추는 약이다. 환자에 대한 임상 실험까지 마쳤으나 기존 치료제보다 충분히 상업성을 갖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에게 남은 약을 돌려달라고 했다. 여성 환자들은 약을 가져왔지만 남성 환자들은 상당수가 약을 반납하지 않았다. 실데나필이 발기부전을 치료하는 부작용이 있음을 알게 된 순간이다. 수십억 달러짜리의 대박 상품 비아그라는 우연에 의해 출시됐다.

고혈압치료제 성분인 ‘미녹시딜’도 부작용 증상 중 하나로 머리털이 나는 점에 주목해 탈모치료제로 변신했다.

전립성 비대증 치료제인 ‘프로스카’는 함량을 5분의 1로 줄인 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로 더 인기를 얻은 경우다. 두 약 모두 피나스테라이드를 동일 성분으로 하나 프로스카는 경쟁 약물보다 크게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경쟁력을 잃었다. 반면 프로스카 복용 환자들에게서 보인 탈모 개선의 이상 반응에 주목해 나온 프로페시아는 지난해 전 세계 시장 1위의 탈모기능 개선 전문의약품으로 꼽힐 만큼 인기가 높다.

쥐약으로 처음 판매됐던 ‘와파린’은 항응고제로 극적으로 변신한 사례다. 쥐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한 미국 해군 신병이 뇌출혈도 없이 멀쩡하게 퇴원하는 기적이 일어나면서 연구가 시작돼 항응고제로 가능성을 열었다.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이 심근경색 발작 후 와파린을 항응고요법으로 투여한 게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탔다.

업계에서는 신약 개발의 성공률이 낮은 상황에서 ‘부작용’, ‘실패작’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제약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약 개발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실패가 다반사”라면서 “연구 과정에서 실패한 약들을 저장해놓고 다른 연구를 시작할 때 꺼내서 참고한다”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신약 재창출 성공 사례

제품명(성분명) 개발초기 적응증 최종 적응증
비아그라(실데나필) 고혈압 발기부전
로게인(미녹시딜) 고혈압 탈모
와타린 쥐약 항응고제
프로페시아(피나스테라이드) 전립성비대증 탈모


(자료: 업계 취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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