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재건축 시장을 집중 겨냥한 정부의 ‘8·2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압구정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 사업에 진전을 보여 주목된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아파트지구의 6개 특별계획구역 중 5구역이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재건축추진위)를 설립한 데 이어, 4구역과 3구역에서도 재건축추진위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20일 강남구청에 따르면 최근 압구정5구역(한양1·2차) 재건축추진위 승인이 완료됐다. 앞서 지난해 10월 서울시가 주거환경과 교통 및 기반시설, 주변 지역과의 연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위해 압구정 구현대·신현대 등 24개 아파트단지 1만여가구를 6개 특별계획구역으로 구분해 재건축사업을 진행하도록 하는 지구단위계획안을 발표한 후 강남구청이 지원에 나서 재건축추진위가 설립된 첫 사례다. 이에 따라 5구역은 재건축조합 설립 절차를 남겨두게 됐다.
한양1차(936가구), 한양2차(296가구)의 총 1,232가구로 구성된 5구역은 강남구청이 지난 연말부터 주민 대상 재건축사업 추진에 대한 의견조사 등 재건축사업 지원에 나선 후 처음으로 1월 말 주민 동의율 50%를 넘어서 재건축추진위 설립 절차가 진행됐다. 4월에는 재건축추진위 구성 전 단계인 예비추진위 위원장에 권문용 전 강남구청장이 선출됐다.
5구역에 이어 지난 3월 재건축사업 추진에 대한 주민 동의율 50%를 넘어선 4구역(현대8차·한양3·4·6차, 1,340가구)도 조만간 재건축추진위 설립이 완료될 전망이다. 3,840가구로 가장 규모가 큰 3구역(현대1~7차·현대10·13·14차)은 지난 3월 일부 재건축 준비 단체를 중심으로 주민 동의율 50%를 넘겼고 이달 초 강남구청이 미비 서류 보완 등을 거쳐 공식적으로 주민 동의율 50%를 넘어섰다고 발표하면서 후속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그러나 ‘8·2대책’으로 내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이 확정됐고 재건축조합원 지위 양도 규제가 강화되면서 재건축 사업성이 악화된데다 서울시의 일반주거지역 내 아파트 최고 층수 35층 이하 원칙에 반대 여론이 강하기 때문에 압구정아파트지구 일대 재건축사업의 향후 추진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당초 지난 6월경 예정돼 있던 서울시의 압구정아파트지구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안 확정도 지연되고 있다. 5월, 7월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잇달아 압구정지구단위계획안 심의가 보류됐고 오는 23일 예정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도 상정되지 않아 9월 이후로 심의가 연기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압구정지구단위계획안 관련 교통영향평가가 아직 완료되지 않아 도시건축위원회 상정이 연기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압구정동 일대는 8·2대책 이후 사실상 ‘거래 절벽’ 상태다. 한양7차를 제외하고는 아직 조합이 설립된 곳이 없기 때문에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등의 규제를 받지 않지만, 워낙 고가의 아파트 단지이다 보니 눈치보기가 극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토부 실거래가 조회 사이트에 따르면 대책 직전인 7월만 해도 구현대2차 전용 160㎡가 29억9,000만원에 팔리는 등 압구정동에서 총 18건이 거래됐지만, 8월에는 구현대6차 전용 243㎡ 단 한건만 지난 18일 36억1,350만원에 매매되는데 그쳤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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