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이 상반기 증권사 최고의 수익성을 올리며 ‘아시아 최고 투자은행’이란 목표를 향해 한발 씩 나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한국투자증권은 3,589억원의 영업이익과 2,70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50.6%(1,626억원)증가한 실적이다. 상반기 실적만으로 지난해 전체 이익을 돌파한 셈이다. 연 환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2.66%를 기록했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투자은행(IB)자격을 갖춘 국내 빅5(미래에셋대우(006800), NH투자증권(005940),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016360))증권사 가운데 ROE 10%대를 넘긴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이 유일했다.
ROE는 당기순이익을 자본총계로 나눈 값으로, 기업들이 자기자본을 가지고 얼마나 이익을 올렸는지를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다. 초대형IB 경쟁을 앞두고 대형사들이 앞다퉈 자본을 늘리면서 덩치키우기에는 성공했지만 자기자본이 늘어난 만큼 자본활용도에 대한 부담은 높아진 상황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덩치키우기에 한정하지 않고 수익성 개선으로 진검승부에 나섰다는 평가다. 한국투자증권의 선전은 한국금융지주(071050)의 주가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지난 7월26일 7만5,200원으로 전 고점을 돌파 한 이후 증시 조정에 잠시 쉬고 있지만 주가는 기관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기존 위탁 수수료 기반의 전통적인 수익 구조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판단해 수년간 체질개선에 나섰다. 노력의 결실은 ROE가 증명했다. 수년간 증권사 평균 ROE가 수년간 5% 이하 수준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한국투자증권은 2014년 7.15%, 2015년 8.6%, 2016년 6.3%를 기록했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가 효율적 자본활용을 통해 높은 ROE를 창출하는 종합금융회사로의 레벨업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금융업종 내에서도 프리미엄이 부여돼야 한다 ”고 평가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 글로벌 경기 호전과 기업이익 증가 등으로 주식시장이 장기 박스권을 돌파하는 강세를 보이면서 한국투자증권은 위탁매매(BK)부문, 자산관리부문(WM), IB, 자산운용 부문(Trading) 등 전 부문 고른 성과를 거뒀다. 임수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은 전반적으로 모든 부문의 수익이 안정적으로 이익기여했으며, 특히 트레이딩 부문에서는 2·4분기 증권시장 호황의 영향으로 전 분기 계열사 배당금 358억원, 우리은행 배당금 108억원을 제외시 13.5%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실적 상승의 주인공은 IB부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유바이오로직스(206650)를 시작으로 서플러스글로벌(140070), 피씨엘(241820) 등 5건의 IPO와 올해 최대 딜로 꼽히는 넷마블게임즈(251270)를 공동 주관했다. 하반기에는 펄어비스, 삼양패키징, 샘코, 야스 등 IPO주관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공모증자 부문에서도 삼성증권, 대한항공 등 4건의 공모증자에 참여해 인수모집금액과 수수료 기준 업계 1위 실적을 기록했다. 부동산투자시장을 신수익원으로 확장한 점도 성장의 비결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은 대체투자의 핵심인 수익형 부동산 인수 부문에서 (외형 거래금액 기준) 2014년 약 4,000억, 2015년 약 6,000억원에 이어 지난해 약 2조4,000억원에 이르는 급성장을 만들어 냈다.
WM부문에서도 잇따라 정부 기금운용을 도맡으며 운용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국토교통부 국민주택기금 운용사에 이어 고용노동부 고용보험기금 운용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2·4분기 전체 금융자산 판매잔고는 100조8,00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5% 증가했다.
아울러 한국투자증권은 인터넷은행(카카오뱅크)에 58%에 지분으로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고, 우리은행 지분인수에도 참여해 4%의 과점주주 지위도 확보했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의 오랜 숙원이었던 은행업 진출까지 성공하며 오는 2020년까지 아시아 최고 투자은행으로 도약하겠다는 중장기 플랜을 구체화 시켜가고 있다. 지난 2010년에 베트남 현지 증권사를 인수해 설립한 ‘키스베트남’은 과거 베트남 내에서 50위권에 머물렀던 증권사였지만 10위권으로 껑충 뛰어 올랐다. 골드만삭스와 같은 글로벌대형 IB들이 주목하지 않는 아시아 지역의 틈새시장에서 한국형IB의 성공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인도네시아 사무소를 설치했고, 이보다 앞서 2010년 문을 연 베이징 진우(眞友) 투자자문사는 중국기업 IPO 등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 에서도 국내 자본 최초로 대안투자 전문펀드 운용사를 두고 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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