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세기의 장관’을 연출한 개기일식(Total solar eclipse)에 태평양에서 대서양에 걸친 미국 대륙 전역이 열광의 도가니에 휩싸였다. 99년 만에 미 전역에서 나타난 이번 개기일식은 오리건·네브래스카·캔자스·일리노이·켄터키·조지아·사우스캐롤라이나 등 14개 주를 대각선으로 관통하며 1시간33분 동안 수천만명을 매료했다.
달이 태양을 집어삼킨 ‘우주 쇼’는 이날 오전10시15분(태평양 시간 기준) 서부 오리건주에서 시작됐다. 인구 6,200명의 시골 마을 마드리스에는 10만여명의 인파가 우주의 신비가 만들어낸 일대 장관을 체험했다. 달이 태양을 덮으며 어둠이 내려앉자 관측지역에 몰린 사람들은 잇달아 탄성을 쏟아냈고 주변이 온통 어두워지면 잠시 섬뜩한 정적이 흐르다 함성이 터져 나왔다. 켄터키 등 일부 지역에서는 개기일식이 임박한 순간 새들과 곤충이 쉴 새 없이 지저귀는 이상행동이 나타나기도 했으며 평소 볼 수 없는 태양의 외곽 대기인 코로나도 선명하게 포착됐다.
ABC·NBC·CBS 등 미 3대 지상파와 항공우주국(NASA)은 생중계로 시시각각 달이 해를 품은 순간을 전했다. 천문학자들도 “일생에 본 적이 없는, 앞으로도 보기 힘든 진기한 장면”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 이번 개기일식은 역사상 가장 많이 관측된, 그리고 가장 많이 촬영된 천체 현상으로 기록될 것으로 외신들은 평가했다.
이번 개기일식의 통과 속도는 시속 3,380㎞로 지역마다 2분에서 2분30초가량 진행됐지만 일리노이 남쪽 쇼니 국유림에서는 가장 오랜 시간인 2분44초 동안 관측됐다. 우주 공간의 궤도에서 ‘태양-달-지구’ 순으로 늘어설 때 볼 수 있는 개기일식은 달이 지구를 공전하기 때문에 이론상으론 매달 일어나야 하지만 지구가 태양을 도는 길인 ‘황도’와 달이 지구를 도는 궤도인 ‘백도’의 각도가 어긋나 있어 통상 2년마다 한 번씩 찾아오며 대부분 바다에서 일어나 볼 기회가 흔치 않다.
미 동부 찰스턴에서 현지시각 오후2시48분께 작별을 고한 개기일식은 미 일부 지역에서는 2024년, 미 전역에서는 2045년이 돼야 다시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35년 9월2일 북한과 강원도 고성 일부에서 관측할 수 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