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유커(단체 관광객)’가 자취를 감추면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곳이 면세업계다. 면세업계의 어려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관광객의 빈자리를 채우는 ‘따이공(代工·중국 보따리상)’에게 최대 30% 할인까지 해주고 있다. 사드 보복 전에는 5~15%만 적용하던 할인율이 최근 2배 이상 뛴 것. 회사 존립을 위해 매출을 유지해야 하는 면세점들이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도 따이공이 ‘슈퍼 갑’이 되면서 이들의 입맛에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보따리상 때문에 매출 느는 면세점 =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국내 면세점을 방문하는 전체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었지만 매출은 늘어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면세점의 외국인 이용객은 105만 9,565명으로 1년 전인 지난해 7월(191만 7,166명)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반면에 지난달 외국인 매출은 6억 9,371만 달러로, 전년 동기 6억 3,751만 달러보다 8.8% 증가했다.
중국의 ‘한국 관광 금지령’으로 3월 중순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가운데, 외국인 매출이 예상외로 증가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인 ‘보따리상’들의 구매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대다수 신규면세점의 경우 외국인 매출에서 따이공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60~70%까지 치솟았다. 롯데·신라 등 업력이 오래되고 개별 관광객(싼커)이 많이 찾는 대형 면세점들도 따이공 비중이 30~40%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이공은 얼마 전까지 말 그대로 ‘보따리상’에 불과했다. 하지만 ‘꽌시’를 앞세워 중국 당국의 규제를 피하는 덕에 단체 관광객(유커)이 빠진 면세점 매출의 대들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30% 할인까지 보따리상에 ‘을’ 된 면세업계 = 보따리상 의존도가 커지다 보니 면세점이 이들에게 제공하는 할인율이 무려 30%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에는 품목별로 5~15%의 가격 할인만 제공했다. 최근 들어 따이공이 한국 여행사 법인을 앞세워 우수 고객으로 들어오다 보니 알선수수료를 비롯한 여러 명목의 수수료까지 더해 사실상 2배 이상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후문이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롯데·신라 등 기존 대형업체들도 수수료까지 포함해 15% 내외의 혜택을 따이공에게 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면세점의 몫이 될 수익이 모조리 따이공의 혜택으로 둔갑한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B 면세점 관계자는 “악재가 끝날 때까지 매출을 유지해야만 브랜드 이탈을 막을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따이공 외에는 대안이 없다”며 씁쓸해 했다.
사드 갈등이 지속 될수록 따이공 우대 분위기는 더 강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커가 실종된 상태에서 따이공을 대체할 수요가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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