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를 주도한 장봉수 교수와 박준표 박사후연구원은 모두 수학자다. 이들은 생태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을 수학적 모형으로 만들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는 양상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예측했다.
장봉수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는 생태계에서 다양한 종이 공존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새로운 요소를 하나 더 찾아냈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가위-바위-보 게임’을 이용해 생태계의 공존을 설명해왔다. 이 게임에서는 둘만 있으면 승패가 명확히 가려지지만, 셋이 함께 있으면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순환적 경쟁구조)에 놓여 모두 살아남는다. 생태계도 이처럼 다양한 종들이 서로 물고 물리며 조화롭게 공존한다는 것이다.
장 교수팀은 여기에 ‘내부경쟁’이라는 요소를 추가했다. 박준표 박사는 “내부 경쟁의 크기가 달라지면 서로 대등했던 경쟁 구도가 무너져 더 다양한 공존 형태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내부경쟁이 치열해지면 그 집단의 경쟁력이 약해지기 쉽다. 이는 외부경쟁에도 영향을 미쳐 전체적인 구조를 달라지게 만들 수 있다. 내부경쟁의 크기에 따라 전체 생태계를 구성하는 요소의 다양성은 커지게 되는 것이다.
장봉수 교수는 “삼성이나 애플처럼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들은 내부경쟁을 하면서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며 “적당한 내부경쟁과 외부경쟁 구조가 균형관계가 유지되는 덕분에 다양한 기업이 공존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선택권도 넓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기업 생태계나 특정 지역의 상권 등을 이루는 요소들의 공존을 설명할 수 있는 원리로도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지난 7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후속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내부경쟁이 생태계와 사회 현상에 미치는 영향을 추가적으로 살피고 있다. /문병도기자 d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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