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신약이 글로벌 시장 진출의 최대 분수령인 미국 식품의약품(FDA) 임상시험 3상에 잇따라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임상 3상은 신약 출시를 위한 마지막 관문이자 글로벌 제약사들도 좀처럼 문턱을 넘지 못하는 단계여서 신약 개발에서 ‘죽음의 계곡’으로 불린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생명과학(102940)은 지난달 국산 신약 29호에 이름을 올린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의 내년 4월 FDA 임상 3상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코오롱(002020)이 19년 만에 개발에 성공한 인보사는 동종 세포에서 배양한 유전자 치료제다. 앞서 유럽의약품청(EMA)은 FDA 임상 결과를 유럽 허가에 반영하겠다고 밝혀 이번 임상시험이 인보사의 명운을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유전자 치료제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와 항암제 등으로 출시된 적은 있지만 퇴행성관절염 치료용으로 개발된 것은 인보사가 세계 최초다. 1회 주사로 2년 동안 약효가 유지돼 연간 45조원 규모인 글로벌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시장을 주도할 기대주로 꼽힌다. 코오롱은 임상 3상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미국 바이오 자회사 티슈진의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SK(034730)바이오팜은 뇌전증(간질) 치료제 ‘YKP3089’의 미국 임상 3상을 이르면 연내에 마무리하고 내년 중 FDA에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이 제품은 앞서 4년에 걸쳐 진행한 임상 2상에서 기존 약물보다 2배가량 약효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 FDA로부터 임상 3상은 안전성 검사만 마치면 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모니터는 글로벌 뇌전증 치료제 시장이 지난 2014년 49억달러에서 오는 2018년 61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치료제 신약이 시판되면 미국에서만 연간 매출 1조원과 영업이익 5,000억원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신라젠(215600)의 면역항암제 ‘펙사벡’도 최근 미국·유럽·중국 등 글로벌 16개국에서 글로벌 임상 3상에 돌입했다. 현재는 간암 치료제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신장암과 대장암 등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면역항암제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혁신 신약으로 꼽힌다. 신라젠은 이르면 내년 중으로 펙사벡의 임상 3상 환자모집을 완료하고 2019년 말에 FDA 허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통상 임상시험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안전성 여부를 시험하는 임상 1상과 환자를 대상으로 약효 유효성을 검사하는 임상 2상, 마지막으로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약효와 부작용을 장기적으로 평가하는 임상 3상으로 나뉜다. 각 단계별 성공률은 63%(임상 1상), 31%(임상 2상), 58%(임상 3상) 순으로 임상 2상이 가장 낮다.
그러나 실제로는 임상 3상이 가장 까다로운 관문으로 꼽힌다. 1상과 2상은 수백 명이 대상이지만 3상은 기본적으로 1,000명 이상의 환자를 모집해야 하고 상황에 따라 인종별로 나눠서 시험을 진행하기도 한다.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 예상치 못한 변수도 많아 임상 3상 도중에 기술이전 방식으로 글로벌 제약사에 판권을 넘기기도 한다.
임상 3상의 문턱을 넘지 못해 개발에 실패하는 제품도 부지기수다. 녹십자(006280)는 지난해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에프’의 FDA 임상 3상을 잠정 연기했다. 희귀질환 치료제인 탓에 환자 모집이 더디게 진행되자 불어나는 임상시험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대웅제약(069620) 자회사 한올바이오파마(009420)가 개발한 아토피 치료제 신약 ‘HL009’는 안전성 문제로 임상 3상에서 고배를 마셨다.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강자로 부상한 셀트리온(068270)도 창사 후 첫 제품으로 에이즈 치료제를 선택했다가 2004년 임상 3상에서 부작용이 나타나자 개발을 중단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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