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약 5,500만년 전 지구 상에 처음 등장했다. 조상 말은 지금의 말과 크게 달랐다. 몸집은 개만 하고 발가락도 3~4개에 달했다. 현재 말은 조상 말에 비해 엄청나게 크다. 발가락 수도 줄어들어 하나의 커다란 발가락으로 바뀌었다.
하버드대 연구팀은 3차원(3D) 영상을 활용해, 5,500만 년 전 하이라코테리움에서 플리오히푸스, 메리키푸스, 메소히푸스, 미오히푸스 등 진화 단계의 말, 그리고 현재의 말까지 13마리 다리뼈 화석을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발가락 진화의 비밀을 풀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0일 보도했다.
5,500만 년 전 지구 기온은 지금보다 5~10℃ 높았다. 북미 대륙은 브라질 정글처럼 무덥고 습했으며, 울창한 숲이 발달했다. 말의 조상인 하이라코테리움은 이 같은 숲 속에 살고 있었다. 숲에 살 때는 맹수의 눈에 잘 띄지 않기 위해 몸집이 작았다. 등은 굽었고 주둥이는 짧았다. 좁은 공간에서 민첩하게 움직이기 위해 앞 발가락은 4개, 뒷 발가락은 3개였다. 그러나 2,000만년 전부터 기후 변화가 일어나 숲이 사라지고 초원으로 바뀐다. 말의 조상들 역시 초원에 적응해야 했다. 몸집이 커졌으며 강하고 긴 다리가 필요했다. 큰 몸집을 유지하고 빨리 달리기 위해 3~4개의 발가락도 한 개의 말발굽으로 변신했다.
연구팀은 3차원 스캐닝 기술을 활용해 몸체와 다리뼈의 변화를 추적했다. 그리고 말의 몸집이 커지면서 중심에 있던 발가락이 더 커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면 다른 발가락들은 줄어들고 결국 사라져 버렸다.
말의 진화에 관한 이 보고서는 최근 과학저널 ‘프로시딩스 오드 더 로열 소사이어티’에 게재됐다.
하버드 대 연구팀은 다리뼈, 발굽의 변신을 통해 말이 큰 몸집을 가지면서도 빨리 달릴 수 있었다는 것을 기계학적으로 증명했다. 이번 연구는 3D 분석 기술을 통해 말의 변신 모습을 잘 보여줬다. 말이 달릴 때 가해지는 압력, 말발굽의 모양과 달리는 속도의 상관관계, 그리고 점프 능력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몸집이 작을수록 민첩하다. 하지만 말은 이 같은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1톤에 이르는 큰 몸집에도 불구하고 말은 총총걸음으로 걷거나 우아하게 점프할 수 있고 전속력을 달릴 수 있다.
브리아나 맥홀스 하버드대 박사는 “가젤이나 영양과는 달리 말은 초원 적응을 위해 발가락 수를 줄인 유일한 동물”이라며 “말이 발굽이 하나가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달리거나 점프하는 운동 능력을 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도기자 d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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