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금융권 노사가 성과연봉제로 중단된 산별교섭 재개를 위한 노력하고 있지만,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성과연봉제가 폐지됐음에도 노사 관계가 회복되기는커녕 갈등의 골이 다시 깊어질 조짐마저 보이는데요.
전 정부가 한 일로 치부한 탓인지 당국은 나몰라라 하며 중재에 나설 의지가 보이질 않습니다. 정훈규기자입니다.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8일 오후 6시 반 경 은행장들과의 만찬이 예정된 은행회관에 방문했습니다.
만찬 전 오후 5시부터 열린 은행연합회 이사회에서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의 산별교섭 재개 요구 문제가 화두였습니다.
최 위원장은 이에 대한 기자 질문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인터뷰] 최종구 금융위원장 (28일 은행장들과의 만찬 참석 전)
(금융권 산별교섭은 어떻게)
“전혀”
그러나 성과연봉제가 폐지됐다고 해서 금융권 노사 갈등이 스스로 해결되길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은행장들로 구성된 사용자협의회와 금융노조 간 산별교섭은 지난 정부 때 성과연봉제 강행과정에서 완전히 붕괴됐습니다.
당시에는 당국이 나서 노조와의 합의보다 이사회를 통한 성과연봉제 도입을 종용했고, 압박감을 느낀 은행장들이 사용자협의회를 떠났던 겁니다.
금융노조는 새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폐지했고 최근 법원도 노조의 동의 없는 성과연봉제는 무효라는 판결을 내놓은 만큼 즉시 산별교섭을 재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영구 사용자협의회장과 허권 금노위원장은 어제 오전·오후 두 차례 만나 산별교섭 재개를 시도했지만 입장 차만 확인하고 무산됐습니다.
성과연봉제가 사라졌지만 갈등의 핵심은 여전히 임금체계입니다.
임금체계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 구성을 산별교섭 재개의 선행 조건으로 내건 사용자측은 호봉제 유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노조는 요구할 게 있으면 일단 산별교섭 재개 후 얘기하자며, 4차산업 혁명에 대비한 고용안정 태스크포스 등 노조의 제안을 수용하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성과연봉제 폐지를 공약한 문재인 대통령도 현재 호봉제는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밝힌 바 있습니다.
갈등이 커지는 것을 방치했다가는 새 정부의 금융권 임금체계 개선 작업도 전 정부의 성과연봉제보다 모양새가 좋으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정훈규기자 cargo29@sedaily.com
[영상취재 허재호/ 영상편집 소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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