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장 사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를 생각하면 참담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이자 부문장인 인물이 총수 구속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기자들에게 직접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 내부에서 이 부회장 부재에 대한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윤 사장은 3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웨스틴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IFA 2017’ 기자 간담회에서 “지난 24일 이 부회장 면회를 다녀왔다”며 “이 부회장이 사업과 관련해 1등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23일은 이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가 이뤄지기 직전이다. 윤 사장은 “이 부회장의 말을 구체적으로 전하기엔 조금 곤란하다”면서도 “저는 제 사업의 주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부회장에게 비하면 1,000분의 1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너십이 삼성을 이뤘고 앞으로도 삼성이 발전하리라 믿는데 이 부회장이 부재중이기 때문에 (오너십이) 막혀서 두렵고 무섭기까지 하다”고 덧붙였다.
윤 사장이 오너십을 강조한 이유는 명확했다. 삼성전자 내 최고 간부인 부문장이라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대규모 인수합병(M&A)나 사업 구조 개편을 주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인공지능(AI) 관련 M&A를 추진하다가 실패하면서 이 부회장의 빈자리를 더욱 크게 느꼈다는 설명이다. 윤 사장은 “사업의 일부분이면 몰라도 큰 선단을 재편하는 작업을 일개 선장이 할 수 있겠느냐”며 “배를 타고 있는 사람과 배를 보고 있는 사람의 시각차가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지적했다.
윤 사장은 역사적으로 잘 나가던 회사가 망한 경우가 많다며 중장기 전략 수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정 사업에 한정된 경영계획은 짤 수 있지만 삼성이 3년 후, 5년 후를 바라보며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 사장은 “이 부회장이 현장에서 글로벌 리더들을 만나고 인사이트를 갖고 미래를 만들어야 나가야 하는데 하나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룹 컨트롤타워의 부활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윤 사장은 “컨트롤타워가 있다가 없어지니까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있어야 하나 없어야 하나를 제가 말할 순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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