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맛 막걸리, 크림치즈맛 막걸리, 커피맛 막걸리’
최근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판매되는 개성 있는 막걸리다. 그런데 소비자들의 눈에는 엇비슷해 보이는 이런 제품들의 가격을 뜯어보면 세금이 6배 차이가 난다. 미묘한 주세법상의 차이 때문이다. 비슷한 주종으로 분류되는 주류들이라도 미묘한 차이로 세금과 규제가 천차만별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순당의 다양한 막걸리 제품들이다. 국순당은 지난해부터 바나나 막걸리, 크림치즈 막걸리를 출시한데 이어 지난 8월 커피맛 막걸리인 ‘막걸리카노’까지 츨시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바나나 막걸리와 크림치즈 막걸리는 주세가 30%인데 비해 막걸리카노는 주세가 5%에 불과하다.
차이는 향을 첨가했는지 여부다. 바나나 막걸리와 크림치즈 막걸리는 향을 첨가했기 때문에 ‘기타주류’로 분류돼 높은 세금을 적용 받았고 막걸리카노는 커피를 발효 과정부터 넣어 함께 숙성시켰기 때문에 일반 탁주와 동일한 5%의 세금을 적용 받게 된 것.
국순당 관계자는 “바나나 막걸리와 크림치즈 막걸리도 원물을 함께 넣어 발효를 시켰지만 생각보다 향이 강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향을 추가로 넣었다”며 “커피는 향이 강해 따로 가향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맛을 낼 수 있어 그대로 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통주 온라인 판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최근 전통주 판매 활성화를 위해 온라인 판매가 허용됐지만 롯데주류의 ‘대장부’나 하이트진로의 ‘일품진로’, 광주요의 ‘화요’ 등은 판매가 안된다. 반면 국순당의 증류주 ‘려’는 판매가 가능하다. 전통주더라도 대형 업체들의 온라인 판매는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국순당 려는 지난 2009년에 국순당과 여주시 및 고구마 농가가 공동 출자해 만든 회사가 출시한다. 대형업체가 아니다 보니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다.
한 주류 업계 관계자는 “현행 주세법은 주류의 특성이나 소비자의 소비 행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어 혼란이 크다”며 “미묘한 차이로 세금이 크게 달라져 제조 업체들도 혼동하기 쉽고 형평성 논란도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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