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의 2·4분기 매출액은 5,134억원으로 영업이익 415억원, 영업이익률 8.1%를 달성했다. 시장 경쟁이 격화되고 다양한 신제품 출시에 따른 초기 비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조미식품의 안정적인 성장과 냉동밥과 냉동피자 등의 냉동식품 고성장, 수산캔업체 오뚜기SF의 신규 편입 등이 실적 향상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뚜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실적 안정성은 여전히 부각되는 모습이다. 박애란 KB증권 연구원은 “유지류 원가 상승과 라면 매출액 감소로 인해 수익성 향상은 제한적”이라면서도 “냉동식품 판매호조와 라면 점유율 상승세 등에 따라 품목 다변화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오뚜기의 가장 큰 매력으로 지속성을 꼽는다. 폭발적인 매출 성장은 없어도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꾸준히 몸집을 불려 나가고 있다. 주가 움직임은 무겁다. 지속성이란 매력은 주가에 모멘텀으로 작용할 이슈나 호재가 쉽게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고가주인데다 하루 거래량이 평균 3,000주에 그치다 보니 큰 변동은 나타나지 않는다. 배당은 매력적이다. 오뚜기는 매년 주당 배당금을 올리는 추세다. 지난 2003년 750원에 불과하던 주당 배당금은 2007년 두배 가량 오른 1,500원이었고 이후 최근 5년간 매년 500원씩 주당 배당금을 올려왔다. 지난해에는 주당 5,200원을 배당했다. 주가는 올해 들어 지난 6월 90만원까지 최고점을 형성한 이후 꾸준히 내림세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1일 오뚜기는 75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착한기업’ 이미지로 청와대로부터 모범기업으로 꼽혔지만 착한기업이란 이미지는 오히려 주가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했다. 일감몰아주기 등의 지배구조가 낙후됐다는 점을 지적받으면서부터 주가가 하락하는 양상이다. 지난 1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오뚜기에 대해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Environmet·Social Responsilbility·Governance) 평가에서 지배구조 부문 D등급을 내렸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과한 평가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거래법상 오뚜기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이 아니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집단에 속한 회사가 오너 일가 지분이 일정비율(상장회사 30%, 비상장회사 20%)을 넘는 계열사와 거래하면 일감 몰아주기로 규제를 받으나 오뚜기그룹은 자산 총액이 1조6,000억원 수준이라 공정거래법상 규제를 받지 않는다.
평가가 엇갈리는 여론과 별개로 오뚜기는 곡물 가격 변동과 내수 경기에 취약한 음식료 업종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5년간 단 한 차례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역성장 없이 갈 길을 가고 있다. 2007년 매출액 1조원을 달성한 이후 2013년 1조7,282억원, 2015년 1조8,831억원, 지난해에는 2조원 벽을 돌파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087억원에서 1,425억원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해왔다. 꾸준한 실적 증가의 배경은 역시 브랜드 신뢰에 있었다. 지난 1969년 창립과 함께 국내에서 첫 선을 보인 오뚜기카레는 시장 점유율 국내 1위를 48년째 지키고 있다. 케첩 종주국인 미국산 제품이 전세계 시장의 50%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형편인데도, 오뚜기 토마토 케첩은 국내 시장에서 평균 점유율 80%이상을 기록하며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 마요네즈 역시 80% 점유율로 확고부동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라면과 가정간편식(HMR)제품군의 실적 기대감이 유효하다”며 “지난해 역성장했던 소스와 유지 부문도 올 들어 견조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어 사업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이 부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원가 부담이 완화되고, 광고선전비 등 판관비가 감소함에 따라 이익 성장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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