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국내 대기업집단(공시대상 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기업결합 건수가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올 상반기에 심사한 295건의 기업결합 동향과 주요 특징을 분석한 결과 자산 5조원 이상 국내 대기업집단이 추진한 기업결합 건수는 4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9건)보다 23.7%나 줄었다. 기업 결합 금액은 15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조8,000억원)보다 두 배 이상 늘었지만 대규모 인수·합병(M&A)이었던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9조3,000억원)건을 제외하면 오히려 그 금액이 줄었다. 대기업집단이 신산업에 진출하기 위한 성격이 짙은 비계열사와의 결합 건수 역시 27건으로 18% 줄었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건을 제외하면 82.8%나 줄어든다. 대기업집단 계열사간 결합 건수 역시 26건에서 18건으로 줄었다. 그나마 이뤄진 기업결합도 롯데, 하림 등을 중심으로 그룹 내 구조 조정이 목적인 경우가 많았다.
이는 대기업들이 올 들어 새로운 산업에 진출하거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M&A를 추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 정부 들어 정책 기조가 중소기업 중심으로 바뀐데다 국내 주요 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밀리면서 대기업들이 극도로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반적인 기업결합 건수가 증가했다는 데서 국내 대기업들의 부진이 더 두드러진다. 올 상반기 진행된 총 기업결합 건수는 29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72건)보다 8.5% 늘었다. 국내 기업에 의한 기업결합 건수는 209건에서 215건으로 2.9% 늘었고 금액 역시 13조원에서 41조5,000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국내 기업들의 인수방식은 상당히 소극적이었다. 기업결합을 통한 규모의 확대나 해외 진출보다는 핵심사업 영역의 강화나 안정적인 지분인수의 성격이 짙은 기업결합이 많았다. 회사 전체를 인수하는 합병은 60건에서 50건으로 줄었고 신산업 진출을 위한 회사 설립 역시 41건에서 36건으로 감소했다. 반면 특정 사업부문만을 인수하는 영업양수는 21건에서 30건으로 늘었고 지분투자 형태의 주식취득 역시 63건에서 68건으로 증가했다.
외국 기업에 의한 기업결합 건수는 63건에서 80건으로 대폭 늘었다. 이중 국내 기업을 인수한 경우는 24건이었다. 대규모 인수합병은 2건에 불과해 기업결합 금액은 253조원에서 206조1,000억원으로 18.5% 줄었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업의 증가세가 눈에 띈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의 성장에 따라 반도체 업계를 중심으로 기업결합이 늘고 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