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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_창업을_응원해]‘당신의 사타구니는 안녕하신가요?'

여성CEO가 만드는 남성 기능성 속옷

재구매율 90%의 고객 만족도

구조적 특성과 기능성 원단으로 차별화

남성들이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만한 민망한 순간이 있다. 날이 무덥고 습한 날이면 더 자주 발생하는 상황. 사타구니가 가려워 긁지 않고는 참을 수 없는 그런 경우다. 땀이 많이 차는 데다 통풍마저 잘 되지 않는 탓에 많은 남성들은 사타구니 습진을 한 번씩은 겪는다.

해결 방법은 있다. 땀이 차지 않게끔 사타구니에 공간을 마련해주고, 통풍을 유도하면 간단하다. 문제는 속옷이다. 일반적인 남성 속옷은 땀을 배출하기는커녕 흡수하는 재질로 만들어진다. 몸에 딱 달라붙는 디자인이 유행하면서 사타구니 주변의 공간은 더 부족해졌다. 우리의 사타구니가 안녕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다.

고통받는 남성을 구해주러 구원투수를 자처한 이는 놀랍게도 여성이다. 바로 오수정 까뮤 대표가 남성들의 사타구니 건강을 위해 ‘시스템 팬티’를 특허 출원한 것. 이제 갓 서른을 넘긴 그녀가 남자를 위한 기능성 속옷 업체의 대표가 되기까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오수정 까뮤 대표가 직접 제작한 속옷을 들어 보이고 있다./오수정 까뮤 대표




◇남달랐던 사업 감각

“이거 저한테 파시면 안돼요? 너무 예뻐서 갖고 싶어요”

오 대표가 자주 가던 게시판에 올린 글에 달린 댓글이 시작이었다. 가지고 있던 무지 티에 예쁜 그림을 그려서 올린 사진. 별다른 의도 없이 만든 옷을 구매하고 싶다는 사람이 등장했다.

“중학생 때였어요. 당시 인기를 끌던 인터넷 커뮤니티에 제가 직접 그림을 그린 티셔츠를 올렸는데 어떤 여성분이 사고 싶다는 거에요. 돈을 벌겠다는 생각도 없어서 원가만 받고 보내드렸죠.”

파급력은 컸다. 구매자가 인터넷 패션 관련 커뮤니티에서 옷을 잘 입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던 덕분이다. 옷을 입은 사진을 구매자가 각종 커뮤니티에 다시 올렸고, 사고 싶다는 문의가 폭발했다.

그때부터는 마진을 붙여 팔았다. 큰돈은 아니었지만 취미 삼아 하던 일로 용돈을 벌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매일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무지 티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에 빠져들었고, 취미는 어느새 사업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고등학생 때 올린 연 매출 3억원

오 대표의 부모님도 일반적인 분들은 아니었다. 학생 신분으로 옷 만들기에만 열중하고 있는 딸에게 잔소리 한 번 하지 않았다. 큰돈이 되는 것도 아니었고, 패션업계로 진로를 정하지도 않은 상황. 그녀의 아버지는 되려 “잘 하는 것 같은데, 사업 한 번 해보지 그래”라며 부추겼다.

사업자 등록을 하고 본격적으로 쇼핑몰을 운영하게 된 것은 아버지의 한 마디가 컸다. 따로 사무실을 두지는 못했다. 자본금이랄 게 마땅치 않았으니까. 옷을 제작하는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됐다. 무지 티만 공장에서 제공 받고, 옷 위에 그려지는 프린팅은 오 대표가 직접 디자인하고 관리했다.

“지금 생각해도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감당하기 힘들 만큼 주문이 쏟아졌거든요. 고등학생 때는 매출이 3억원에 육박했을 정도였죠.”

인기 비결은 의외로 단순했다. 프린팅의 참신함과 서비스 정신, 두 가지였다. 10~20대들이 좋아할 만한 아기자기한 캐릭터를 위주로 그림을 그린 것이 먹혀들었다. 어린 나이와 어울리지 않는 투철한 서비스 정신 역시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불만 사항이 접수되면 옷을 공짜로 다시 보내 주거나, 무상 A/S를 제공했다.

◇사업 접고 학업 올인, 대학 수석 졸업까지

매출 3억원의 쇼핑몰을 운영하는 한 사람이 있다. 그가 어느 날 갑자기 쇼핑몰 운영 중단을 선언했다. 쉽지 않은 결정. 오 대표가 바로 그 어려운 선택을 한 사람이다.

“사실 너무 어린 나이에 쇼핑몰 운영이 잘 이뤄지다 보니까 간절함이 없었어요. 계속 이 사업을 해야겠다는 목표 의식도 마땅치 않았죠. 의상 관련해서 다른 일을 해보고 싶기도 했고요.”

오 대표는 2007년 공주대학교 제품디자인학과로 입학했다. 한 해 전에 의상디자인학과로 들어갔다가 자퇴를 하고 다시 선택한 과였다. 제품디자인을 하다가 의상으로 넘어갈 수는 있지만, 반대의 경우는 어렵다는 판단이 결정적이었다.

과는 적성에 딱 맞았다. 수업 과제를 하는데 열중하느라 친구를 만날 시간도 없을 정도로 학업에 몰두했다. 그 덕분일까. 4년 내내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를 다녔고, 과 수석으로 졸업했다. 고등학교 때 시작했던 사업에 소홀해진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완벽주의가 만든 스펙

스스로 완벽주의자라고 말하는 사람. 오 대표가 그렇다. 대학생 때 과 수석을 놓치지 않았던 것도 마음에 들 때까지 과제를 다시 할 정도로 완벽을 추구해서다.

졸업 후 직장에 들어가서도 그런 성격은 변하지 않았다. 안양에 있는 조그만 회사에 디자이너로 입사한 그녀는 혼자서 4~5명이 할만한 업무를 수행했다. 누가 강요했다면 못했을 일이다. 영상과 3D 그래픽 제작부터 설계 업무, 심지어 회계까지 만능 일꾼이었다.

“학원을 정말 열심히 다녔어요. 안양에 있는 회사에서 강남의 영상 제작 학원으로 퇴근 후 매일 갔을 만큼 노력했죠. 주말이면 폴리텍대학교를 가서 3D 그래픽 제작 기술을 배우고, 남는 시간에는 회계도 공부했어요.”

1년 6개월 정도 근무하자 오 대표의 완벽주의는 곧 스펙으로 변해 있었다. 제작과 관련해서는 어느 회사를 가도 인정받을 만한 능력. 그녀는 승진이나 이직을 원하지 않았다. 스펙과 업무 경험을 쌓은 그녀의 선택은 다시 창업이었다.



◇왜 남자 기능성 팬티였을까?

여성. 그것도 20대 중후반의 젊은 여성이 남자 속옷 회사의 대표라는 것은 보기 흔한 일이 아니다. 오 대표는 왜 하필 남성 기능성 속옷을 선택했을까. 첫 아이디어는 순전히 아버지로부터 나왔다.

그녀의 아버지는 오이 농사를 짓는 농부였다. 오이는 덥고 습한 비닐하우스 안에서 기른다. 4계절 내내 농사를 짓기 때문에 매일 하우스 안에만 있는 농부들은 땀과 씨름해야 한다. 특히 사타구니에 차는 땀은 고통스럽다. 습진을 일으켜 간지럽거나 심할 경우 진물도 생긴다.

“알고 보니 아버지가 팬티를 만들어 입으시더라고요. 집에 있는 팬티를 자르고 붙인 투박한 모습이었죠. 처음 안 건 대학교 3학년 때였어요. 이번에도 아버지가 사업화를 얘기하셨고, 되겠다 싶었죠. 비단 오이농장의 농부만이 아니라 모든 남성들의 고민이잖아요. 준비는 그 때부터 계속했어요.”

오 대표의 성격처럼 준비과정은 철저했다. 대학 졸업까지 2년, 직장 생활 1년 6개월. 합쳐서 3년 6개월을 준비했다. 학업과 직장생활을 병행했던 치열한 기간이었다.

“속옷 패턴 책을 20권 정도 공부하고, 유명 속옷 디자이너들에게 과외를 받고 싶다고 무작정 메일을 보냈어요. 실제로 한 대기업의 속옷 담당 디자이너분이 열정에 감동했다면서 공짜로 1:1 과외를 해주셨죠.”

디자인적 요소 외에 기능성 측면으로도 검증을 받아야 했다. 이번에는 비뇨기과 의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대학병원의 비뇨기과 교수들에게 메일을 돌렸고, 당시 을지대 교수로부터 답을 받았다. 임상 실험의 과정, 발전시켜야 할 속옷의 기능적 설명 등의 조언은 모두 그 교수로부터 들었다. 운도 작용했겠지만, 오 대표의 집요함과 열정이 거둔 성과였다.

오수정 대표가 제작하는 남성 기능성 속옷은 아버지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었다./까뮤 홈페이지


◇대체 뭐가 다르길래

그녀가 만드는 기능성 속옷은 크게 두 부분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구조적 특성과 원단의 차이가 그 것이다.

가장 큰 특징은 구조다. 까뮤의 팬티를 입으면 음낭과 음경이 자연스럽게 분리된다. 팬티 자체에 분리대와 수납부를 따로 마련한 덕분이다. 사타구니의 접촉 면적이 줄어들어 땀이 덜 차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격렬한 운동에도 분리된 음낭과 음경은 각자의 공간을 벗어나지 않는다. 실제 음낭 수납부에 달걀을 넣고 흔들어도 깨지거나 이탈되는 모습은 볼 수 없다.

원단 역시 특별하다. 일반 면과 기능성 소재를 섞어 만드는 일반 속옷과 달리 까뮤의 팬티는 100% 에어로쿨로 제작한다. 섬유 표면에 형성된 미세한 통로로 땀이 빠르게 흡수·배출 가능한 소재다.

까뮤의 남성 속옷은 구조적 특성과 기능성 원단에서 타사 제품과 차별성을 가진다./오수정 까뮤 대표
“운동 선수들의 반응이 좋아요. 허벅지가 굵기 때문에 사타구니에 땀이 많이 차거든요. 프로 구단 선수들을 상대로 개별 후원도 진행하고 있죠.”

국내 남성 속옷 중에는 최초로 공인인증기관에서 제품성능실험도 진행했다. FITI시험연구원에서 이뤄진 성능 실험 결과, 까뮤의 팬티는 온도와 습도 유지에 탁월한 효능이 입증됐다. 비뇨기과 교수들이 정자 건강을 위한 임상 실험을 해봐도 효과적이겠다고 조언할 수준이었다.

◇해외로 뻗는 까뮤

오 대표가 까뮤의 사업자 등록을 한 것은 지난 2013년 4월.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까뮤는 급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국내 온라인과 홈쇼핑 등에서 유통하던 방식에서 이제는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태다. 이미 일본과 중국, 인도, 베트남 등으로 진출했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저희 제품은 일반 팬티보다 비싼 게 사실이에요. 국내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하다면, 해외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기능만 가지고 있다면 높은 가격에도 구매를 하더라고요. 해외 전시회를 돌면서 유통로를 열심히 마련 중입니다.”

2015년 중국 홈쇼핑에 진출한 까뮤. 짧은 시간 내에 완판되며 높은 인기를 끌었다./오수정 까뮤 대표


해외 진출은 말로만 세운 목표가 아니다. 이미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 37개국에 까뮤의 시스템 팬티 상표와 특허 등록을 끝마쳤다.

오 대표는 자신감이 넘친다. 제품력을 믿고,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 남성들의 수요가 있다고 확신하는 덕분이다. 올해 목표 매출액은 10억원. 빠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국내 오프라인을 비롯한 해외 유통로를 더 확보하면, 목표 이상의 매출액을 올리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저희 제품의 재구매율은 90% 수준이에요. 한 번도 안 써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써 본 사람은 없단 뜻인데, 그만큼 기능 하나는 탁월한 거죠. 앞으로 더 빠르게 성장할 테니 지켜봐주세요.”

/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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