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6차 핵실험 강행에 대해 “북한이 실감할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미국의 전략자산과 한국의 독자 무기 체계를 총동원해 대북 무력시위에 나설 계획이다.
4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오전11시부터 20여분간 전화통화를 하며 북한의 6차 핵실험을 강력 규탄했다. 두 정상의 전화통화는 지난달 30일 이후 5일 만이자 새 정부 들어 6번째다.
양국 정상은 북한의 이번 핵실험을 국제사회의 평화 안전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과거와 차원이 다른 엄중한 도발로 규정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 핵실험보다 몇 배 더 위력을 보였고 북한 스스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수소탄 장착 실험이라 주장하는 등 매우 우려스럽다”며 “국제사회와 협력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북한이 실감할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 정상은 한일·한미일 간 긴밀한 공조로 북한에 최고도의 강력한 압박과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는 한편 그 일환으로 보다 강력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도 추진하기로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이 실감할 강력한 조치’에 대해 “대북 원유공급 중단, 석유수출 금지, 북한 노동자 송출 금지 등을 포함하는 강력한 유엔 안보리 새 결의안 추진을 의미한다”며 “이런 내용이 합의되면 우리는 당연히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대화만 강조하다 위기를 키웠다’는 일각의 지적을 의식한 듯한 발언도 쏟아냈다. 이 관계자는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수단으로 (정부가) 대화를 강조한 적은 결코 없다”고 선을 그으며 “국제 사회와 함께 대북 압박을 강하게 하고 그 결과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위해 ‘제재와 대화’가 아닌 국제사회와의 압박에 힘을 실어야 할 때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한미 정부는 한반도에 역대급 전략자산을 배치해 전례 없는 고강도 무력시위에 돌입한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참석해 “미국에 항공모함·핵잠수함 등 정례적 확장억제자산 배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전략자산을 동원한 한미 연합군의 화력대응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항공모함과 핵추진잠수함을 비롯해 세계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와 F-35B 라이트닝Ⅱ, ‘죽음의 백조’ B-1B와 B-52 전략 폭격기가 총동원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한미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를 정조준하는 무력응징 시위 훈련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동안 북한의 무력 도발에 미국의 전략자산이 일회성으로 왔다 갔다 하는 방식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기존과 차별화된 억제력을 보여주기 위한 전략무기를 전개, 운용하는 방안에 한미가 공감한 상태”라고 전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6차 핵실험 하루 만인 이날 핵실험 장소인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를 상정해 육·공군 합동 미사일 실사격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핵실험 직후 “최고로 강한 응징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동해안에서 이뤄진 미사일 실사격 훈련에는 사거리 300㎞의 현무2-A 탄도미사일과 사거리 270㎞인 공군의 슬램-ER 공대지미사일이 동원됐다. 합참은 “현무2-A는 해안에서, 슬램-ER는 F-15K 전투기에서 각각 1발이 발사됐다”며 “공해상에 설정한 타깃을 정확히 명중했다”고 설명했다.
/송주희·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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