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이르면 당장 내일 열리는 백악관 참모진 회의에서 폐기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어제 북한의 6차 핵실험까지 이어지면서 귀추가 더욱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보경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이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 협정 폐기를 검토한다는 발언을 했다고요?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한미 FTA 폐기 여부를 이번 주부터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어제 허리케인 하비 수해현장인 텍사스 휴스턴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미 FTA 폐기 여부를 참모들과 논의하겠다고 밝힌건데요.
앞서 미국 워싱턴포스트에서 트럼프가 한미 FTA 폐기 준비를 참모들에게 지시했으며, 조만간 공식절차가 시작될 수 있다고 보도했는데 이를 사실상 확인한 겁니다.
이르면 당장 내일 한미FTA 폐기 여부 논의를 위한 백악관 회의가 열릴 예정입니다.
[앵커]
이기자, 트럼프의 발언을 어떻게 해석해야할까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가 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은데요. 그러니까 진짜 한미FTA를 폐기하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협상용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초강수를 둔 것인지 아직 정확하지 않다는 겁니다.
다만 트럼프대통령의 성향을 볼 때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엄포를 놓는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또 현재 미국 정부가 실제 협정폐기를 요청하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는데요. 한미 FTA를 통해 미국이 이득을 보고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과 산업연구원은 오히려 우리 기업보다 미국기업들이 더 큰 피해를 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미국 상공회의소나 전미제조업자협회 등 미국 산업계 전반이 한미FTA 폐기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또 정치권에서도 반대 입장을 발표하고 있고요. 백악관과 각료들 또한 한미 안보 공조에 해를 끼칠 무역전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견해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 백악관과 행정부 고위인사들이 협정폐기 움직임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앵커]
만약 진짜로 한미FTA가 폐기 된다면 우리경제에 파장은 어느 정도인가요?
[기자]
한국경제연구원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미FTA가 종료될 경우 2021년까지 5년간 우리나라의 총 수출 손실액은 269억달러, 우리돈으로 약 30조1,414억에 달하고 국내 일자리는 24만개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특히 한미 FTA 폐기로 가장 피해가 큰 산업은 자동차분야인데 손실액이 133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밖에 기계가 47억달러, 정보통신기술이 30억달러, 가전제품 11억달러, 섬유 10억달러 정도입니다. 한미 FTA가 폐기되면 관세율은 협정 발효전으로 원상복귀돼 한국산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하락해 대미 수출 감소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유통업계에서는 오렌지, 소고기 등 미국산 제품의 가격경쟁이 불리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따라 수입량 감소가 이어지고 매출 감소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앵커]
트럼프의 한미FTA 폐기 발언 이후에 북한의 핵실험이 있었는데요. 한미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 아니겠습니까?
[기자]
네, 아무래도 북핵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동맹국인 한국과 균열을 감당하기엔 시기적으로 부담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존울프스탈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군축·핵비확산 담당 국장은 월스트리트저널에 “북한은 미국과 남한 사이를 틀어지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FTA를 폐기하면 북한의 노력을 훨씬 쉬운 목표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가까운 동맹국과 경제분쟁에 휘말리기엔 최악의 시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따라서 북한이 6차 핵실험 강행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FTA 폐기를 밀어붙이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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