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통상임금·환경규제 등 다양한 문제에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주세요. 주요 선진국의 자동차 노사 문제가 끝에 가서야 정신 차렸는데 우리가 만약 그렇게 되면 영원히 헤어나지 못합니다.”(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백운규 산업부 장관 주재로 4일 서울 서초구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대회의실에서 열린 ‘산업부-자동차업계 간담회’는 제조업의 뿌리인 국내 자동차 산업의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체감할 수 있는 장이었다. 국내 완성차 5개사 사장과 부품업계 대표 등 10여명은 예정된 시간을 30분 가까이 넘겨 가며 백척간두로 내몰린 업계 현실을 토로하고 적극적 지원을 호소했다.
정진행 현대차(005380) 사장은 작심한 듯 “한국 자동차 산업이 이렇게 흘러가서는 안 된다. 요즘 젊은 엘리트 신입사원들을 만나면 정말 부끄럽다”며 “노사 문제 등에서 산업부가 주도적으로 나서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백 장관은 “자동차 노사관계 개선에 대해 국무위원들도 공감하고 있다”며 “다만 (법 개정 등) 국회와 관련된 부분이 있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이외에도 “전기차 보조금이나 친환경차 지원 등에서 세분화가 필요하고 정부가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현대차는 이날 어려운 상황임에도 협력사의 고통을 함께하겠다는 취지로 중국 진출 협력업체에 2,500억원 규모의 금형설비 투자비를 일괄 선지급하는 상생협력방안을 내놓았다. 보통 금형설비 투자비는 5~6년에 걸쳐 분할 지급하는데 이를 한 번에 지급해 부품사의 재무적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다.
박한우 기아차(000270) 사장은 “통상임금 기준을 명확히 해달라”고 건의했다. 법원의 신의성실원칙에만 기대면 기아차 사례처럼 경영 불투명이 커지는 만큼 정부가 나서 통상임금의 명확한 범위를 정하고 법제화해달라는 요구다. 이달 1일 부임 이후 공식 석상에 첫 등장한 카허 카젬 한국GM 신임 사장은 인사말에서 “한국 차 산업은 고정비 상승 등 도전 과제에 직면했다”며 “한국GM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수익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나갈 것이며 정부 역시 환경·연비 규제와 균형 잡힌 노동 규제, 수출 시장 비관세 대책 등 정책에 대해 확실성을 확보해달라”고 말했다.
박동훈 르노삼성차 사장과 최종식 쌍용차(003620) 사장은 최근 환경부가 1년 유예한 디젤차 배출가스 측정 방식(WLTP)처럼 지나치게 환경규제가 강한 점을 지적했다. 정부가 이산화탄소 등 배출가스 감축 목표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유럽 기준을 정해두고 전기차 보조금 지급과 전기차 판매 확대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 있어서는 소극적인 점을 꼬집었다. 이외에도 전기차 생산 장려를 위해 배터리 보조금 지급 확대, 전기차 핵심 부품 관련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백 장관은 “자동차 관련 범정부 차원의 협의체를 통해 중장기 발전 전략을 마련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강도원·조민규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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