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도자기업계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행남생건 대표이사가 정호열씨로 변경됐다. 취임 직후 중국사업과 쇼핑몰 사업에 의욕적으로 나섰던 윤경석 전 대표는 16개월만에 물러났다. 이번에 새롭게 대표이사로 올라선 정 대표는 JP모건, 도이치증권 등에서 리서치센터 RA로 활동하다 현재는 마크원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1983년생인 정 대표는 35세의 나이로 연매출 300억원 규모의 코스닥 상장사 대표이사로 올라섰다.
행남생건은 이날 최대주주가 기존 와이디통상에서 마크원인베스트먼트로 바뀌었다고 공시했다. 마크원인베스트먼트는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행남생건 지분 13.62%를 확보했다. 정 대표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마크원인베스트먼트는 벤처캐피탈이나 공모형 프라이빗에쿼티(PE)가 아닌 사모형 PE로 알려졌다. 투자업계에서 일명 ‘부띠크’로 통하는 형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업계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부띠크가 100억원을 조달했다면 큰 손이 뒤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물론 자금을 조달하는 PE가 투자회사의 경영진에 자사 임직원을 파견하는 형태가 낯선 풍경은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 1942년 전남 목포에서 설립돼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도자기 제조업체로 통하는 행남생건은 4세 경영까지 이어지다 2015년말 매각됐다. 행남자기 창업자인 고 김창훈 창업주의 증손자인 김유석 당시 대표는 회사 지분 36.78%를 주식회사 더미디어 외 1인에게 양도했다.
2012년 461억원을 기록했던 행남생건의 연매출은 2016년말 현재 284억원으로 내려 앉았다. 급기야 창업주 일가가 2015년 인터넷방송 운영업체에 지분을 매각했고 이후 주가조작 사건이 발생하면서 검찰조사까지 받았다. 작년에는 기존 사명인 행남자기를 버리고 현재 사명으로 변경했다.
현재 행남생건이 정관에 기재해놓은 사업목적은 68개에 달한다. 도자기와 관련된 사업은 1개뿐 △화장품 제조 및 판매업 △신재생 에너지 개발 △공연기획 및 흥행사업 △영화제작 △반도체 제조 △면세점 관련업 △테마파크 등 본업과 무관한 사업목적이 즐비하다. 여기에 전날 대표이사가 변경되면서 부동산·금융투자자문업 등이 새롭게 추가됐다.
행남생건 지배구조의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면서 주가는 널뛰기를 하고 있다. 대표이사 변경이 이뤄진 4일 8.54% 급등했던 행남생건 주가는 이날 오전 11시 현재 5% 대 급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행남생건의 소액주주 비율은 86.53%에 달한다. 서울경제는 대표이사 변경 및 유증대금 활용여부 등을 묻기 위해 행남생건 측에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공시담당자나 정 대표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박해욱기자 spook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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