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관련 규제도 선진국처럼 네거티브 방식으로 과감히 바꿔야 합니다”
박청원 전자부품연구원(KETI) 원장은 지난 4일 경기 성남시 분당 전자부품연구원(KETI) 본원에서 열린 ‘인공지능(AI)과 융합하는 미래사회와 대응방안’ 좌담회장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I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획기적인 규제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박 원장은 “국내의 자율주행차 임시운행허가제도는 미국보다 5년 늦은 지난해 도입됐고, 원격 의료와 헬스케어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의 문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개인정보보호법 등 포지티브 규제로 인해 제도가 기술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신산업 창출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영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4차 산업 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에 일정 기간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규제 샌드박스’나 ‘미니 규제완화’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라며 “AI 관련 사업 전반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IT 기업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과 제도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샌드박스란 현행 규제를 일시적으로 미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독일과 영국, 이탈리아는 AI산업과 관련해 이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일본도 지난 5월부터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했다.
박 원장은 또 AI 서비스 확산을 위해서는 사용자 경험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AI 스스로 다양한 감정을 표출해 서비스의 몰입감을 높이는 인터페이스 등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
그는 “현재의 AI는 특정 임무와 과제를 완수하는 형태로 감성과 공감, 설득과 직관 등 인간이 강점을 갖는 부분에 대한 역량이 부족하다”며 “사회적 인지 기능이 개발되지 않으면 이미 나와 있는 AI 제품들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결국 경쟁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박 원장은 “AI가 친구, 가족처럼 친밀도를 높이려면 이질감 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개인화된 맞춤형 인터렉션을 제공해야 한다”며 “사람과 사람, 사람과 AI 간 관계와 경험에 대한 관찰과 학습, 이해에 기반해 사용자의 의도에 부합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제기되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선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AI의 확대가 인류의 도덕적 가치를 자각하고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윤리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결국 AI 확대가 신산업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되 공공이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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