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노사는 올해 임금인상률을 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인 1%로 합의하고 지난 8일 진행된 조합원 투표에서 73.6%의 찬성률로 가결됐다고 9일 밝혔다. 특히 노사는 이번 임금협상 기준을 올해로 끝내지 않고 매년 임금인상률을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연동하기로 했다. 애초 SK이노베이션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안을 ‘전년대비 3% 인상+정액(11만5,000원) 인상’을 제시했다. 하지만 사측의 설득과 노사 모두 한발씩 양보하면서 서로 만족할 만한 합의안을 도출하게 됐다. 이번 합의안은 별도 노조가 있는 SK인천석유화학을 제외하고 SK에너지와 SK종합화학 등 SK이노베이션 계열사 모두에 적용된다.
이와 함께 노사는 임금체계 개선안에 대해서도 합의했다. 획일적인 ‘호봉 인상률’을 생애주기별 자금 수요와 근로자의 역량, 생산성 향상도에 맞게 조절하는 안이다. 일정 비율로 해마다 꾸준히 오르던 기존 임금체계를 바꿔 결혼·출산·교육 등에 많은 돈이 필요한 30~40대에는 인상률을 높이고 50대 이후에는 줄이는 체계를 도입하기로 했다. 노사는 지난 4월 말부터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을 시작했으며 지난달 25일 잠정 합의안을 이끌어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 같은 임금협상 방식이 국내 기업에 도입된 것은 처음”이라며 “SK이노베이션은 밀고 당기기 식의 소모적인 협상 관행에서 벗어나 발전적 노사관계로 진화할 수 있는 ‘한국형 노사교섭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임금협상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한 ‘사회와 함께하는 딥체인지(근본적 변화)’에 노조가 동의하고 사측과 함께 실천하는 방안을 마련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기본급의 1%를 사회적 상생을 위한 기부금으로 출연하기로 합의했다. 직원이 기본급의 1%를 기부하면 같은 금액을 회사가 적립하는 ‘매칭 그랜트’ 방식이다. 이는 SK이노베이션 전 구성원이 2007년부터 자발적으로 해오던 ‘1인 1후원 계좌’ 기부를 노사가 합의해 제도화한 것이며 SK하이닉스 등이 먼저 시행하고 있는 제도를 SK이노베이션도 수용한 것이다. 이정묵 SK이노베이션 노조 위원장은 “이번 임단협은 조합원의 자긍심을 높이고 대기업 노조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깊이 고민한 결과”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사례가 다른 계열사에도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지난해 말까지 임금협상에 난항을 겪으며 정부 중재까지 받을 만큼 ‘강성’인 SK이노베이션 노조가 먼저 나서 변화를 시도해 타 계열사에 미치는 파급력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나아가 새로운 노사협상 모델이 우리 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의미 있는 노사관계 모델을 만들어냄으로써 SK는 물론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