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반도체 생산의 핵심소재 정도로만 알려진 희토류지만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전기차·로봇·태양광발전 등의 차세대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늘 수급 불균형 상태다. 특히 최근의 희토류 공급 부족은 중국 정부의 환경규제가 심해지면서 그동안 불법적으로 채굴하던 광산을 대거 폐쇄하면서 발생했다. 희토류는 채굴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키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매장돼 있지만 채굴이 쉽지 않다. 그래서 전 세계 희토류의 80% 이상을 중국이 담당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가격이 급등한 네오디뮴은 전 세계 생산의 81%가 중국에서 이뤄진다. 문제는 희토류를 필요로 하는 우리 기업 역시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이라는 점이다. 중국이 기침하면 국내 기업은 감기에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에 친환경차 모터를 납품하는 한 제조업체 역시 희토류 가격이 지난 1월보다 20% 가까이 오르면서 최근 비상이 걸렸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급등세가 너무 가팔라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며 “가격이 지금 수준을 유지해도 문제인데 앞으로 더 오를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한중관계가 심각하게 냉각되면서 ‘무역 보복’의 수단으로 희토류를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직 단정 짓기는 이르지만 최악의 경우 중국이 국내 기업에 대한 희토류 공급을 비공식적이라도 줄이기 시작한다면 국내 기업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중국은 2010년 센카쿠열도 분쟁으로 자국 선원이 일본에 체포되자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며 경제 보복에 나선 바 있다. 당시 희토류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하던 일본은 중국 선원을 풀어주며 한차례 고개를 숙여야 했다.
아울러 희토류 가격이 급등하면서 최근 리튬·코발트·망간·니켈·텅스텐 등 핵심 광물 확보에 대한 걱정도 비등하다. 중국은 희토류뿐만 아니라 주요 광물 생산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텅스텐 생산량의 82%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으며 태양전지 패널 소재인 갈륨은 70%, 3D프린터 소재인 티타늄은 25.2%를 생산한다.
실제로 핵심 광물 가격이 치솟자 8일 열린 2차전지 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 간담회에서 업체 대표들은 니켈이나 코발트 등과 같은 배터리 양극재 금속 자원 확보 전략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런던금속거래소 비철금속 지수는 7일 기준 3,238.70으로 올 초(2,639.30) 대비 22.7% 급등했다. 올 초부터 급등하던 지수는 3월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7월부터 다시 급등하기 시작했다. 2차전지 소재로 사용되는 코발트도 올 초 톤당 3만2,500달러에서 최근 6만1,000달러까지 88% 치솟았으며 니켈도 톤당 1만270달러에서 1만2,120달러로 18% 이상 올랐다. 지난해 급등했던 리튬은 상승세가 다소 진정되기는 했지만 올 초 1㎏당 113위안에서 지난달에는 127위안을 돌파했으며 반도체와 초경합금 재료로 쓰이는 텅스텐도 1㎏당 24달러선에서 지난달에는 32달러를 넘어섰다. 이외에도 알루미늄·아연 등 각종 비철금속 가격 상승세도 거센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이를 해결할 방안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과거에도 원자재 가격 급등 시기만 되면 해외자원개발 등 대책 마련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그동안 정부와 기업은 손을 놓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차적인 이유는 기업들이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사오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에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해외자원개발 정책이 비리 등으로 얼룩지면서 자원개발은 ‘금기’가 됐다. 이명박 정부가 입안했던 ‘제5차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과 ‘제2차 광업기본계획’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찬밥신세로 전락했다. 대표적인 제도가 ‘성공불융자제도’다. 이는 기업의 자원개발사업에 필요한 자금 일부를 융자해주고 실패할 경우 감면, 성공할 경우에는 원리금과 특별부담금을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다. 계획대로라면 오는 2018년 성공불융자는 7,000억원까지 확대될 예정이지만 2015년 기획재정부가 성공불예산 사업을 아예 없애버렸다. 한때 87억달러였던 해외자원개발 투자액은 지난해에는 27억달러로 곤두박질쳤다. 뒤늦게 올해부터 정부가 해외자원개발특별융자제도를 부활시켰지만 과거보다 기업 부담을 높인 탓에 올해 이 제도를 이용한 실적은 단 1건(9월 기준)에 불과하다.
이창우 동아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자원개발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사업이지만 사이클이 있는 만큼 대처를 안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우리는 단기적으로 정책이 오락가락했지만 중국은 우리와 달리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원 확보를 많이 했다”고 지적했다.
/박성호·구경우·김우보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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