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 기업들이 중국 내 판매 부진, 반도체시장의 초과공급 우려, 정부의 규제 및 정책 변화 등으로 신용도 개선 추세를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박준홍 S&P 아시아태평양지역 한국기업 신용평가 팀장은 1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국제금융센터가 주최한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속 한국 신용도 개선은 가능한가’라는 세미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박 팀장은 “2015년 이후 한국기업들은 전반적으로 신용등급이 개선되는 추세”라면서 “현재 한국기업의 86%가 안정적인 등급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가 견인한 수출 호조, 안정적인 저유가 환경, 한국 기업들의 제품 차별화 노력이 그 배경이다.
실제 올 1~8월까지 우리 기업들의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동기대비 52%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우리나라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반도체 수출 증가가 전체 수출 호조를 견인했다는 의미다.
이밖에 안정적인 저유가 환경으로 정유화학 업체와 한국전력의 수익성이 크게 좋아진 점, 포스코·LG전자 등이 프리미엄 제품 라인을 강화하면서 제품 차별화에 성공한 점도 기업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하지만 박 팀장은 이같은 한국 기업들의 신용도 개선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직면한 3가지 위험 요소로 중국 리스크, 수출 주력제품의 초과공급 가능성, 새 정부의 규제·정책변화를 꼽으면서 “추가적인 신용도 향상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특히 유통, 배터리산업, 자동차산업은 중국 관련 위험에 직접 노출돼 있다. 실제 현대·기아차는 올해 2분기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줄었다.
박 팀장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이슈가 가장 큰 요인이지만, 중국 현지 업체들의 경쟁력이 크게 개선된 반면 한국 기업들이 시장 수요 변화에 늦게 대응하고 있는 점도 부진 요인”이라면서 “현대·기아차는 중국 실적 부진으로 글로벌 자동차시장 점유율 자체도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패널 산업도 초과공급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 팀장은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샌디스크, 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며 “후발업체인 SK하이닉스에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디스플레이패널 시장도 중국 업체들의 투자로 1~2년 내 초과공급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이밖에 새 정부의 규제 강화와 정책 변화도 통신, 유통, 인프라 부문 기업들의 전망에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지적됐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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