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의 균형은 2017년을 살아가는 모든 직장인들의 꿈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들어 많은 기업들이 일과 삶의 균형 확보를 위한 업무 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스마트 워크’라 불리는 효율적 업무 시스템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컨설팅하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국후지제록스도 그 중 한 곳이다. 스마트 워크 컨설팅·솔루션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는 한국후지제록스의 양희강 신임 대표이사 사장을 만나 최근 사업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술의 발전은 많은 것을 변화시킨다. 불과 10~20년 전만 해도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인공지능, 가상현실, 스마트폰 같은 첨단 기술이 이미 우리 일상생활에 꽤 가까이 다가와 있다. 당연히 우리는 이런 기술 혜택을 통해 한층 윤택한 삶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기술 발전의 이면에는 그로 인해 사라질 수밖에 없는 시장, 기술, 서비스도 존재한다.휴대폰이 대중화되면서 ‘삐삐’가 사라졌고, 음악 스트리밍의 보편화로 MP3 시장의 축소가 나타났다.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시장이 있다. 바로 ‘인쇄 시장’이다. 이제 사람들은 굳이 종이에 인쇄된 신문이나 잡지, 소설, 만화 등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손 안의 컴퓨터’에 터치 몇 번만 하면 언제 어디서나 콘텐츠를 보고 읽을 수 있다. 기업 업무환경도 마찬가지다. 종이 서류 대신 ‘전자 문서’ 사용이 일반화되어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문서작업을 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많은 기업들은 비용 절감과 업무 효율성 강화를 이유로 ‘페이퍼리스(Paperless)’ 기업 문화를 조성해 왔다.
페이퍼리스가 아닌 ‘레스페이퍼’의 시대
‘페이퍼리스’라는 새 패러다임에 직격탄을 맞은 시장 중 대표적인 곳이 복사기, 복합기 같은 사무자동화(OA) 기기 시장이다. 지난 8월 22일 서울 중구에 있는 한국후지제록스 본사에서 만난 양희강 신임 사장에게 이 같은 최근 분위기에 대해 질문을 던져봤다. 어려움을 호소할 것이라는 기자의 예상과 달리 양 사장의 목소리에선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는 조금은 색다른 시장 분석도 들려주었다. ‘페이퍼리스’ 화가 애당초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양 사장은 말한다. “인쇄 시장이 사양 산업화 되어 간다는 의견에는 일정 부분 공감합니다. 프린터, 복사기 같은 OA기기로 성장해온 저희 회사는 그 같은 변화를 더 많이 피부로 느끼고 있어요. 하지만 페이퍼리스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페이퍼리스가 아닌 ‘레스페이퍼(Lesspaper)’, 즉 종이를 적게 쓰는 시대가 오는 건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미 현실화 되기도 했고요. 저희는 적은 종이로 업무 효율성과 전반적인 프로세스, 나아가 스마트 워크 환경을 더 좋게 구축할 수 있는 솔루션과 컨설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런 새로운 영역이 한국후지제록스가 앞으로 집중해야 할 시장이기도 하고요.”
한국후지제록스는 변화하는 사무환경 트렌드에 부합하기 위해 기술 개발과 솔루션, 서비스 제공을 꾸준히 계속해왔다. 일본 후지제록스와 한국 동화산업의 합작기업 ‘코리아제록스’로 1974년 출범한 한국후지제록스는 이듬해인 1975년 국내 최초 건식 보통용지 복사기 생산에 성공했다. 1998년 일본 후지제록스 자회사로 새롭게 거듭한 한국후지제록스는 이후 국내 순수기술로 자체 개발한 디지털 복합기를 선보이는 등 수준 높은 기술력을 뽐내며 지속 성장을 이어왔다. 최근에는 ‘사무기기 제조사’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문서관리, 사무환경 컨설팅 등의 서비스와 솔루션을 제공하는 종합 비즈니스 컨설팅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한국후지제록스는 전 세계 후지제록스 해외 법인 중 유독 주목받고 있는 회사 중 한 곳이다. 후지제록스에게 한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IT 트렌드의 변화 속도가 다른 시장에 비해 월등하게 빨라 새로운 기술의 ‘테스트베드’로서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 법인은 그동안 수차례 후지제록스 전체의 혁신을 주도한 신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프린터, 복합기에서 인쇄·복사된 문서의 내용과 목록 정보 등을 서버에 저장해 보안성을 높인 ‘이미지 로그(Image Log)’ 기술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국후지제록스 인천 R&D센터에서 개발한 이미지 로그 기술은 이후 개발된 후지제록스 솔루션에 탑재돼 수많은 글로벌 기업에서 문서 보안의 핵심 솔루션으로 활용되고 있다.
양희강 사장은 1986년 코리아제록스에 입사해 이 회사와 연을 맺었다. 이후 약 30여 년 간 후지제록스의 변화와 함께해왔다. 그는 후지제록스 내 대표적인 ‘영업통’으로 불렸다. 책상 앞 업무가 아닌 직접 현장을 발로 뛰며 고객과 소통을 했다. 그런 노력과 경험을 인정받아 지난 7월 한국후지제록스 신임 사장으로 취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양희강 사장은 대표가 됐다는 기쁨보단 막중한 책임감이 더 많이 어깨를 짓눌렀다고 말했다. 어려운 시장 환경을 뚫고 회사를 성장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인쇄 장비라는 하드웨어 시장은 분명히 쇠퇴하고 있습니다. 피부로 느끼고 있어요.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 저희의 숙명입니다. 전망이 그리 어둡지만은 않아요. 저는 평소 후지제록스가 가진 가장 큰 힘이 사람, 기술, 고객이라고 말해왔습니다. 재능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인재들, 40여 년 간 이 시장에서 축적해온 독보적인 기술력, 그리고 철저한 고객 중심의 현장 경영은 후지제록스가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솔직히 외부에선 계속 ‘위기’를 말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직전 분기에도 꽤 만족스러운 실적을 올렸거든요(웃음).”
문서 업무에 ‘스마트’를 입히다
사람, 기술, 고객이라는 세 단어에서 유독 ‘고객’에 마음이 끌렸다. 앞서 언급했듯, 양희강 사장은 후지제록스의 대표적인 영업전문가다. 그 누구보다 최전선에서 고객과 소통한 경험을 더 많이 갖고 있다. 후지제록스만의 차별화된 대(對) 고객 전략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양 사장은 그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3C’를 언급했다. 영업, 현장 엔지니어 등 고객과 대면하는 인력들에게 필수적으로 고객(Customer), 회사(Company), 경쟁사(Competitor)의 중요성을 상기시키고, 3C를 완벽히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기자는 그에게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영업 인력과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현장 엔지니어들에게 공통적으로 독려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자격증 취득입니다. 프로그래밍, 데이터베이스 등 관련 분야는 무궁무진하죠. 어떤 것도 상관 없습니다.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전문 지식을 쌓게 되면, 현장에서 고객의 문의와 요청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경쟁사 기술과 솔루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 이와 관련된 다양한 아이디어와 전략을 내놓을 수도 있고요.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고 기존 고객 유지하기 위해선 기술력 못지않게 현장 직원들의 경쟁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4차 산업혁명 바람은 후지제록스에게도 변화의 물결을 몰고 왔다. ‘스마트 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스마트 워크 솔루션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미 후지제록스는 스마트 워크 시대에 대비해 ‘스마트워크 게이트웨이’라는 솔루션을 시장에 내놓았다. ‘스마트한 문서관리’에 방점을 찍은 스마트워크 게이트웨이 솔루션은 서버나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가 어려운 중소기업이나 소호 무역 업체를 타깃으로 개발한 후지제록스의 야심작 중 하나다. 양 사장은 “스마트워크 게이트웨이는 클라우드 기반 문서 인쇄와 공유, 스캔 자동화, 디지털 복합기를 총망라한 신개념 업무환경 솔루션”이라며 “이번 솔루션 출시는 후지제록스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후지제록스에겐 새로운 시장인 스마트 워크 뿐만 아니라 기존에 해왔던 주력 사업에서도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 최근 들어선 기존 경쟁사 외에도 HP, IBM 같은 글로벌 IT업체들이 사무환경과 연관된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선보이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또 하나의 강력한 무기가 필요한 이유다. 양희강 사장은 이 시점에서 이른바 ‘아웃소싱’이라는 승부수를 꺼내들었다. 다양한 문서 환경에 종합적인 아웃소싱 서비스를 제공하는 ‘IBSS(Industry Business Solution & Services)’를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것이다.
양희강 사장은 IBSS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저는 IBSS를 종합병원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흔히 배가 아프거나 감기에 걸리면, 우리는 대개 가장 먼저 약국을 찾습니다. 약을 먹고 나서도 낫지 않으면 동네 의원에서 진료를 받죠. 그마저도 효과가 없으면 종합병원을 방문해 질병에 대한 원인과 근본적인 치료법을 찾게 됩니다. 저희 IBSS는 문서 관리 시스템 전반에서 종합병원과 같은 역할을 하는 서비스입니다. 개별 사안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근원적인 해법을 찾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종합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거죠. 그 과정에서 후지제록스만의 노하우로 무장한 컨설턴트, 병원으로 따지면 일종의 ‘전문의’들이 활약하게 됩니다. 저희는 IBSS라는 종합병원을 통해 고객사 전반에 깊숙이 박혀있는 업무 환경 내 ‘질병’을 근원적으로 치료하고, 보다 건강한 조직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우려 합니다.”
후지제록스의 철학을 녹여내다
지난 8월 초 한국후지제록스 본사 A동 2층에는 낯선 이름의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자유롭게 이동시킬 수 있는 벽과 가구, 클라우드 기반 대형 전자스크린 등으로 꾸며진 이곳의 이름은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센터(Communication Design Center·이하 CDC)’다. 정기적인 고객 워크숍과 비즈니스 컨설팅, 글로벌 화상회의 등 다양한 업무를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업계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 곳에는 ‘보다 나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상호 간의 이해 증진’이라는 한국후지제록스의 기업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CDC와 똑같은 고객 지원 센터는 이미 일본, 태국 후지제록스에도 마련돼 있다. 하지만 ‘고객혁신센터(일본)’, ‘고객체험센터(태국)’ 같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이미 존재하는 솔루션과 기술을 ‘체험하는’ 공간에 머물러 있다. 이에 비해 CDC는 후지제록스의 기술과 솔루션을 기반으로 고객과 함께 비즈니스를 만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을 연 지 불과 한 달 남짓 됐지만, 벌써부터 컨설팅을 원하는 고객사들의 방문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 한국후지제록스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양희강 사장은 “CDC는 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며 “고객의 비즈니스 성장에 기여하는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해 커뮤니케이션 혁신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양희강 사장은 인터뷰가 진행된 약 한 시간여 동안 ‘정(情)’이라는 단어를 수차례 언급했다. 거기에는 ‘정이 넘치는 회사와 조직문화’를 구축해야 비로소 건강한 성장과 지속가능한 사업 영역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양 사장의 경영
철학이 녹아있었다. 양 사장은 말한다. “조직 구성원이 한마음 한 뜻으로 같은 곳을 바라보며 나아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합니다. 현장에서 발로 뛰는 직원들이 더욱 존중 받는 문화, 후방에서 지원하는 부서가 현장 직원들을 적극 지원·협조하는 문화가 뿌리내린다면 더욱 좋겠죠. 이 같은 분위기 조성 노력을 통해 한국후지제록스를 ‘정이 넘치는 회사’로 만드는 것이 저의 바람 중 하나입니다.”
인터뷰 말미에 양희강 사장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물어봤다. 양 사장은 다시 한 번 ‘문서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국후지제록스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을 부탁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기업의 연간 총 지출 비용 중 약 1~3%는 종이 문서 출력과 관련된 비용이라고 합니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죠. 후지제록스의 문서관리 컨설팅을 활용하면, 곧바로 이런 비용의 15%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단발성 비용 절감 효과가 아닌, 지속적인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한다면, 한국후지제록스의 전문적인 컨설팅을 받아볼 것을 적극 추천 드립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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