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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공공미술, 도시를 그리다] 빌딩 숲 속, 물고기 한마리가 자리한 까닭은

■홍경한 지음, 재승출판 펴냄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 검은색 받침대 위로 나부끼는 우윳빛깔 천 자락의 형상의 작품이 놓여 있다. 야간 조명을 켰을 때는 횃불처럼 보이기도 하는, ‘건축가의 손수건’이다. 남성 정장 상의에 멋스럽게 꽂은 작은 손수건을 거대하게 형상화 한 클라스 올덴버그의 작품이다. 그는 청계천 입구에 놓인 나선형의 ‘스프링’으로 더 유명하다. 푸른색과 붉은색이 빙글빙글 말려 올라간 형태 때문에 “소라 탑인지 다슬기인지 용수철인지 샘인지 뭔지 알 수 없다”는 등 비판이 잇달았다. 이 작품은 서울의 중심부라는 위치 때문에 큰 관심을 끌었고 관심에 비례해 논란을 낳았다. 미술평론가인 저자는 “인간과 자연의 결합을 상징한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지만, 심각한 문제는 작가가 ‘스프링’을 만들기 전에 청계천을 찾은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장소를 보지 않고 장소 특정적 예술품을 만든다는 건 그 자체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다중이 이용하는 공공의 공간에 예술작품을 설치하는 ‘공공미술’은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게임 개최를 기점으로 도시환경 개선을 위해 국내 도입돼 ‘건축물 미술작품제도’ 등의 시행으로 확산됐다. 현재 국내 공공미술작품은 1만7,000여점에 이르지만 개중에는 함량 미달의 공해 같은 조형물도 존재한다. 새 책 ‘공공미술, 도시를 그리다’는 도시 곳곳에 자리 잡은 공공미술 작품 중 38점을 뽑아 각각의 의미, 역사 등을 풀어냈다.

저자의 안내를 따라 도심 곳곳을 예술여행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종로구 흥국생명빌딩 앞에 서 있는 조너선 브로프스키의 ‘해머링 맨’은 노동의 신성함을 이야기하고, 영등포구 한화손해보험빌딩 앞을 지키는 심현지의 ‘물고기’는 회색 빌딩 숲 속에서 선명한 원색의 생명력을 전한다. 서도호의 ‘카르마’, 이용백의 ‘알비노 고래’, 최재은의 ‘시간의 방향’ 등 무엇을 상징하는지 도시인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작품들도 상당수다.



저자의 목소리는 책 후반부로 갈 수록 분명해진다. 마을 주민이 공공미술의 과정에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한 전북 고창의 ‘돋음볕마을’을 비롯한 청주 ‘지웰시티’, 예술거리 ‘정동길’을 통해 소통과 시간이 전제된 공공미술의 진정한 의미를 짚어준다. 1만6,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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