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와 롯데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임대료 인하를 두고 이달 협의를 갖는다. 다만 공사 측은 ‘임대료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돼 철수 안까지 고려하는 롯데면세점과의 합의점 도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12일 롯데면세점이 보낸 임대료 조정 관련 공문에 대해 이달 안으로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롯데면세점은 공문을 통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때문에 영업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기존 최소보장액이 아닌 품목별 영업요율에 따라 금액을 책정하는 변동 임대료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인천공항공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롯데면세점과 함께 오래 사업을 했기 때문에 협의는 해야 할 것”이라며 “공문 등 곧 공사 입장을 공식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공사가 여전히 롯데면세점에서 제안한 임대료 인하 방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라는 점이다. 롯데면세점과 당초 계약한 임대료 안에서 한 발이라도 후퇴할 경우 신라·신세계를 비롯해 각종 중소면세점까지 줄줄이 임대료 인하 협상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공사 측은 상당히 난감해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협상 테이블이 만들어지더라도 롯데면세점에 “현재 조금 어렵더라도 기존 임대료 계약 내용을 지켜달라”는 설득 작업이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인천공항공사가 규정에 없는 롯데면세점의 조정안을 일부조차 받아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하지만 진짜 철수라도 하면 신규 사업자 찾기도 힘들고 공사 입장에서도 매출 타격이 크기 때문에 어떻게든 붙잡아두려는 모양새는 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롯데면세점은 이에 대해 협상을 몇 차례 더 진행하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임대료를 조정해야 하겠다는 복안이다. 롯데면세점은 현재 인천국제공항에서만 올해 2,000억 원, 2020년까지 1조4,000억 원 이상의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도 하루 10억~20억원씩 손실을 보고 있다는 전언이다.
지난해 기준 롯데면세점은 4,518억원의 임대료를 납부, 인천공항공사 면세점 임대료 전체 수입의 52.2%를 책임진 인천공항공사의 최대 고객이다. 롯데면세점이 철수를 결단할 경우 지난해 기준 2조1,860억원에 달한 인천공항공사의 매출액은 내년부터 순식간에 1조원대로 주저앉게 된다.
면세업계 고위 관계자는 “면세업계가 현재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정부가 임대료 인하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면세업계의 현실을 이해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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