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민연금을 20년 이상 가입한 사람은 한 달 평균 약 85만원을 연금으로 받는다. 반면 공무원연금은 한 달에 약 180만원으로 국민연금보다 보장 수준이 높다. 지난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줄어든 게 이 정도다. 개혁 이전에는 평균적으로 200만원이 넘었다. 더구나 공무원연금은 전액 정부가 재정에서 지급한다. 반면 국민연금은 재정에서 직접 지원하는 금액이 0.1%에 그친다. 공무원이 증원될수록 재정 압박이 커지는 이유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청년 일자리 부족 문제를 공무원 확대에서 찾는 것은 하책”이라면서 “공무원 확대에 따른 비용은 결국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른 청년들, 후대들에게 전가되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공무원 채용에 신중했다.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2006~2015년 10년간 연평균 공무원 증원 규모는 7,156명에 그쳤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기존 관행과 달리 공무원의 대폭적인 증원을 예고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5년간 늘릴 공무원은 17만4,000명. 한 해 3만4,800명꼴로 지난 10년간 평균의 4.9배에 이른다. 고용이 침체된 상황에서 공공 부문부터 앞장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공무원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17만4,000명에 대한 5년간 인건비는 총 17조원에 그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수치는 일부분만 맞다. 17조원은 5년간의 인건비일 뿐이다. 30년간 근무했을 때의 인건비, 퇴직 후 연금은 계산에 넣지 않았다.
그렇다면 공무원 17만4,000명을 늘리면 연금에 대한 재정 부담은 얼마나 늘어날까. 서울경제신문이 추 의원을 통해 입수한 국회예산정책처의 ‘공무원 신규 채용에 따른 연금 및 재정 부담액’ 보고서를 보면 공무원 한 사람당 5억4,000만원, 전체 94조69억원의 재정이 소요되는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10년간 공무원 증원 속도가 유지됐을 때 소요금액 약 19조원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94조원은 은퇴 후 지급하는 연금액에 공무원 근속기간에 개인이 내는 보험료(기여금)와 정부 부담금을 모두 합친 금액이다.
예산처는 추계를 낼 때 신규 공무원을 모두 최하위직인 9급으로 뽑는다고 상정했다. 여성은 9급 1호봉으로, 남성은 군필에 해당하는 9급 3호봉이다. 여기에 근무기간 30년 동안 2000~2016년 공무원 평균 보수상승률(3.73%)이 유지된다고 가정했다. 최대한 보수적인 방법으로 추계를 낸 것이다.
하지만 평균 보수상승률 가정을 유지하고 공무원을 7급 7호봉으로 뽑을 때 연금액은 99조2,000억원까지 치솟는다. 또 전원 9급 채용과 지난 16년간 민간의 명목 임금상승률(5.15%)을 적용하면 101조5,000억원의 재정 부담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예산처가 앞서 공무원 17만4,000명 증원 시 30년간 인건비 추계와 연금 부담액을 합치면 들어가는 금액은 총 374조1,000억원에 이른다.
이런 재정 부담은 지금의 청년 세대들에게 돌아간다. 청년이 중장년층이 되는 20~30년 후에는 저출산 고령화가 상당히 진행돼 복지재정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여기에 공무원 증원에 따른 부담까지 가중되는 것이다. 공무원 증원은 현 정권 임기 5년만 본 정책으로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추 의원은 “공공 부문은 늘 비효율성을 낳을 수 있고 한 번 확대하면 두고두고 세금을 먹는 하마와 같다”며 “무분별하게 인력을 늘리기보다 불가피한 인력 수요를 면밀히 파악하고 기존 인력 운용에서 비효율적인 부분을 제거하는 한편 물적자본 투자를 우선 늘리는 등 노력을 선행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서민준·박형윤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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