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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올린 치매 국가책임제] 치매센터 252곳 확대 등 맞춤서비스...재원대책 빠져 '선심성' 우려

요양병원 79곳 확충...경증·중증 환자 구분 관리

기저귀값 등도 장기요양보험 적용...실생활 혜택

치매 진단 남용 땐 건보재정 막대한 부담 논란도

지난 6월 서울시 송파구청에서 열린 제1회 노인학대예방의 날 기념행사에서 어르신들이 치매 예방 조기 검진을 받고 있다. 18일 문재인 정부의 치매 국가책임제 청사진이 나왔지만 막대한 재원과 관련한 별도의 대안이 없어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치매 국가책임제가 닻을 올렸다. 경증 환자와 중증 환자를 구분해 맞춤형 치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보험 혜택을 강화해 치매환자와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대폭 낮추겠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치매 인구가 급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막대한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없어 향후 정책 시행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치매 국가책임제’ 대책 가운데 가장 크게 바뀌는 부분은 경증 치매환자를 위한 치매안심센터 확대다. 현재 수도권에 집중된 치매안심센터를 전국 252곳으로 확대해 전 국민에게 맞춤형 치매 서비스를 제공한다 게 정부의 복안이다. 치매안심센터에서는 치매환자와 가족에게 상담·검진부터 관리·의료·요양 서비스를 일괄적으로 지원한다. 환자별 정보는 치매노인등록관리시스템에 등록해 이사를 가더라도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거동이 가능한 치매환자도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장기요양 서비스 등급체계도 손질한다.

중증 치매환자를 위한 지원책도 대폭 강화된다. 현재 전국 공립요양병원 34곳에 설치된 치매 병동을 치매안심요양병원으로 변경하고 내년까지 79곳으로 확충한다. 기존 가정이나 시설에서 돌보기 어려운 중증 환자가 대상이며 전체 병상 수는 현재 1,898개에서 3,700개로 늘어난다. 현재 20~60%인 중증 치매환자의 건강보험 본인부담률도 10%로 인하한다.

치매환자와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실생활 위주로 혜택을 강화한다. 가정에서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에게 가장 큰 고충으로 꼽혔던 기저귀 값과 요양시설의 식재료비에 장기요양보험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치매환자가 매달 지출하는 기저귀 값은 현재 6만~10만원에서 앞으로는 월 9,000~1만5,000원 수준으로 크게 줄어든다.



장기적인 치매 대책의 하나로 전국 350여곳에 위치한 노인복지관에서 미술·음악·원예 등을 이용한 치매 예방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66세 이후 4년마다 받던 인지기능 장애검사도 2년마다 실시하고 기존 치매 간이검사 대신 처음부터 15개 항목의 인지기능 장애검사를 시행한다. 건강보험도 순차적으로 적용해 현재 종합병원에서 100만원 안팎인 치매 검사비도 40만원 이하로 줄이기로 했다.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치매 연구를 위해 국가치매연구개발위원회도 발족한다. 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참여해 치매 진단, 원인 규명, 치료제 개발 등 중장기 연구를 지원한다. 최근 복지부 안에 신설한 치매정책과를 통해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역별 특성에 맞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유기적인 협력관계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치매 국가책임제의 조속한 시행을 위해 일단 인프라 구축을 중점으로 올해 추경에서 2,023억원을 이미 집행했고 내년 예산안에도 3,500억원을 배정했다. 앞으로 인프라 구축에 드는 비용 외에도 보험 보장성 강화에 필요한 예산까지 포함하면 천문학적인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정부의 재원 조달 방안이 불확실해 자칫 선심성 행정으로 기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치매 국가책임제 시행으로 환자 1인당 1,800만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고 전체로는 12조6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치매환자가 270만명에 이르는 오는 2050년에는 연간 48조6,0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치매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이려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얘기다.

거동이 가능한 경증 치매환자에 대한 보험 혜택을 적용하는 것을 놓고도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에 따른 단순한 노환이나 치매가 아닌 정신질환까지 치매환자의 혜택을 받거나 무분별하게 치매 진단이 남용되면 건강보험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치매환자 급증에 따른 요양보호사 등 전문 요양인력 수급과 관련한 대책이 빠졌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이만우 국회입법조사처 팀장은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치매 국가책임제’가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면 공공과 민간이 협력해 의료기관과 복지시설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야 한다”며 “치매환자를 수용하는 대규모 시설에 재원을 쓰기보다 지역밀착형 치매상담센터와 인력 확충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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