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096770)이 올해 3·4분기 영업이익 1조원 달성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딥체인지(근본적 변화) 2.0’ 전략을 바탕으로 사업 구조와 체질 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가운데 우호적인 시장 상황까지 이어지면서 전 분기 부진을 만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증권사들이 SK이노베이션의 3·4분기 예상 실적을 일제히 끌어올리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올 1분기에 이어 역대 4번째로 분기기준 영업이익이 1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실제로 동부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기존 영업이익 컨센서스(8,300억원)를 24~32% 상향한 1조원 초반대로 예상했다.
이같은 기대감은 최근 정유 및 화학업황이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1개월 후행 아시아 정제마진은 3분기 현재 평균 9.7달러로 전 분기 대비 97% 급등했고 유가가 상승하면서 1,000억원이 넘는 재고평가이익을 예상했다.
SK이노베이션의 캐시카우인 석유화학을 둘러싼 업황은 더 좋다. 세계 6위의 생산규모를 갖춘 파라자일렌(PX)의 1t당 가격은 827달러로 6월 말(763달러)보다 64달러(8.3%) 올랐으며 에틸렌 가격은 1,320달러로 6월 말(930달러)보다 400달러 가까이 급등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2분기 실적이 다소 주춤했던 것은 유가 하락에 따라 일시적으로 재고평가 등이 악화된 탓이 컸다”며 “유가 상승에 따라 정제마진이 확대되고 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석유화학 업황마저 우호적인 것이 실적 개선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2014년 충격적인 적자를 기록한 뒤 내실을 다지고 석유화학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개선했던 혁신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2014년 말 9조원을 웃돌던 차입금은 작년 말 3조원까지 축소됐으며, 글로벌 신용평가회사들도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잇달아 상향했다.
아울러 지난 5월말 김준 총괄사장이 경영 현장을 아프리카 초원으로 옮기며 무한경쟁을 이겨낼 수 있는 ‘딥체인지2.0’을 천명하고 이어진 접착제·자동차 내장재 등 고부가 사업 중심의 개편과 배터리 분야 투자 확대가 시장의 기대감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지난 6월 1일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16만6,500원이었지만 최근 19만원을 넘어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도 가전에서 반도체, 반도체에서 휴대폰으로 사업구조를 바꾸면서 퀀텀점프 시기를 맞았다”며 “SK이노베이션도 정유에서 석유화학, 윤활유에 이어 배터리 등으로 사업구조를 바꾸면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풀이했다.
업계에서는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가 없다면 연말까지는 SK이노베이션에 우호적인 환경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유가의 급격한 하락만 없다면 정제마진 상승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데다 석유화학제품의 경우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상황이 계속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중국의 가솔린 차량 생산, 판매 금지 검토 소식도 배터리 투자를 늘리는 SK이노베이션에게 긍정적이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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