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의 초강경 대립 상황이 재연된데다 중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며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됐다. 22일 코스피 지수는 나흘 만에 2,400 밑으로 내려앉았다.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증시도 모두 하락세로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17.79포인트(0.74%) 내린 2,388.71로 장을 마쳤다. 기관의 매도 속에 나흘째 약세가 이어졌다. 그나마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빅2’가 장막판 반등세로 돌아서며 지수 하락폭을 줄였다. 삼성전자는 북핵 악재에도 외국인매수세(925억원)가 이어지며 0.38% 오른 265만원으로 사상최고가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시장에서는 기관이 1,140억원을 내다 팔았고 외국인은 장 막판 사자로 돌아서며 294억원의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개인은 434억원을 사들였으나 지수 하락을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미국과 북한이 다시 일촉즉발의 대립 구도를 보이며 불안감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과 무역거래를 하는 외국 은행과 기업, 개인을 겨냥한 새 대북 제재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부각됐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1일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에 대응해 발표한 성명과 관련, 리용호 외무상이 태평양상에서 역대급 수소탄 시험 가능성을 언급한 점이 불안감을 가중시켜 낙폭이 커졌다.
전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하향 조정한 것도 투자심리 약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S&P는 중국에 이어 이날 홍콩의 신용등급도 ‘AAA’에서 ‘AA+’로 낮췄다. 등급 전망은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했다. 중국과의 연관성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중국 상무부가 국내 화학 업체를 대상으로 반덤핑 조사를 실시하고 미국의 국내산 철강 제품에 대한 전면 과세 부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화학·철강주도 동반 하락했다. 이날 LG화학은 5.14%나 급락했고 포스코 역시 3.16% 하락한 30만6,500원으로 마감했다. 최근 상승세가 두드러졌던 화학·철강주의 차익실현 욕구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시사하며 자산 축소에 나선 점은 이미 예고된 만큼 큰 영향이 되지 못했다. 김병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았지만 향후 금리 인상을 단행하겠다는 의지보다는 물가 방향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자산 축소 정책도 기존에 밝힌 것처럼 매우 완만하게 진행되면서 연준 통화정책이 달러화의 강세 압력을 높일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모멘텀이 약화돼 추석 연휴 전까지는 뚜렷한 상승 요인이 부족하지만 미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모멘텀이 확대된 은행주와 연말이나 내년 상반기 재고 확충 기대감이 커진 소재나 산업재 등의 업종에는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도 요구됐다. 실제 이날 보험과 은행 등 금융 업종의 상승세가 두드러졌고 개별 종목으로는 동부화재(4.53%), 흥국화재(000540)(3.59%), 하나금융지주(086790)(2.45%) 등이 강세를 보였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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