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개발 사업 중 상가만큼 리스크가 큰 분야가 드물다.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주거용 부동산은 일정 수준 이상 수요가 받쳐 주기 때문에 실패 확률이 낮지만 상가의 경우 상권형성, 경기변동, 공급 과잉 등의 여러 가지 변수가 개발사업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20여 곳의 ‘G플레이스’를 성공적으로 분양한 ‘상가 전문 디벨로퍼’ 박영순 소린 회장은 상가개발 리스크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바로 “싸고 좋은 땅을 사는 것”이다. 누구나 알 법한 얘기를 ‘비법’이라고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싸고 좋은 땅은 누구나 살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오랜 상가개발 과정에서 체득했기 때문이다.
그는 “싸고 좋은 땅은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라며 “그런 땅은 생명이 채 하루가 안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아침 여덟 시에 나온 ‘싸고 좋은 땅’은 점심 때는 그냥 ‘보통 땅’, 저녁에는 ‘비싼 땅’이 돼 있을 수 있다. 입질이 들어올 수록 매도인이 호가를 올리기 때문이다. 좋은 매물을 좋은 가격에 내놨을 때 12시간 안에 잡을 수 안목과 결단력, 그리고 자금력이 있어야 상가 개발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게 박 회장의 지론이다.
일례가 박 회장이 아산테크노밸리에서 사들였던 근린상가부지다. 그는 아산테크노밸리는 일자리는 일자리(공단)와 주거지(아파트)가 함께 갖춰진 근린상가 입지로는 최적화된 곳이었다. 박 회장이 현지 중개업소에서 들렸을 때 상권 중심에 있던 상가부지(나대지)가 당일 아침에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만 해도 공단은 입주가 완료 됐지만 상당수 아파트 단지는 입주 전이어서 중심상권에도 텅 빈 상가들이 즐비했다. 중소제조업체 사장이었던 그 나대지의 주인은 지난 5년간 금융비용만 내다가 자금압박 때문에 막 중개업소에 원가 수준에 부지를 내놓은 참이었다. 박 회장은 얘기를 들은 지 10분 만에 52억짜리 땅을 사겠다고 결정했다. 이후 4시간 만에 계약금까지 치르고 매매계약을 끝냈다. 중개업자도 매도자도 놀랐다. 박 회장은 “안목이 있는 사람이라면 금방 그 땅의 가치를 알아보고 입질이 들어오게 마련이고 그러면 그 땅은 다음날 가격이 훌쩍 올라가 있었을 것”이라며 “싸고 좋은 땅을 사려면 수십년간 쌓아온 안목과 결단력, 그리고 자금력이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이 땅에는 성공리에 분양을 마친 아산테크노밸리 G플레이스가 들어서 있다.
박 회장이 이런 식으로 매입한 곳은 50여 곳에 이른다. 그중 20여 곳의 개발을 마무리했으며 앞으로 30여 곳에서 상가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그가 땅을 매입하는 방식은 다른 개발사들과는 다르다. 그는 “공개경쟁입찰로 부지 매입하는 것을 꺼린다. 가격이 올라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주로 수의계약이나 미매각 부지, 개발하기 어려워 남들이 꺼리는 땅을 위주로 알아본다. 그래야 분양가를 낮출 수 있어 공실 없는 상가를 개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미 가격이 오를 대로 올라 있는 광역시보다는 인구 30~50만의 중소도시가 주요 공략대상이라는 점도 다른 상가 개발사들과는 차별점이다.
박 회장의 장기적인 목표는 상가를 리츠상품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가를 개발하면 은행금리보다 높은 임대수익을 꼬박꼬박 투자자들에게 돌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내년부터 상가 디벨로퍼들의 실력이 판가름날 수 있는 어려운 시기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 5년간 상가,아파트 가릴 것 없이 호경기를 누렸지만 미국 등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경제 충격이 있을 것”이라며 “평균 대출 비중 등을 감안 할 때 금리가 1% 오르면 상가 수익률은 2% 가량 떨어지기 때문에 상가 투자자와 상가 디벨로퍼 모두에게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럴 때일 수록 오히려 투자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박 회장은 “지금도 토지 매물들이 슬슬 나오고 있으며 내년이면 이같은 현상이 가속화 될 것”이라며 “경험, 판단력, 자금력을 갖춘 투자자들에게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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