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잇따른 채용 비리와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로 설립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금감원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가 발표된 이후에는 금융권 경찰 역할을 해야 하는 금감원이 오히려 내부 적폐가 심각한 개혁 대상으로 전락했는데요.
약 보름 전 취임한 최흥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외부 인사들을 주축으로 각 분야별 혁신 작업을 진행하면서, 수장마저도 내부를 믿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정훈규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금융감독원에 금융회사를 제재할 때 금융회사의 입장을 변호해 주는 권익보호관 자리가 새로 생길 예정입니다.
최흥식 금감원장이 외부 인사들을 주축으로 출범시킨 ‘금융 감독·검사 제재 프로세스 혁신 태스크포스’ 회의 결과에 따른 것입니다.
9명으로 구성된 이 태스크포스에 참여하는 금감원 인사는 단 1명이고, 나머지는 모두 학계와 업계 등 외부 인사입니다.
권익보호관 역시 금감원 직원이 아닌 외부인사로 임명될 계획입니다.
최 원장은 이 밖에 소비자 권익제고를 위한 자문위원회와, 금감원 내부 적폐 청산을 위한 태스크포스도 꾸려 외부 인사들의 도움을 적극 요청했습니다.
최 원장이 쇄신의 동력을 외부에서 찾는 것은 금감원 스스로의 힘으로는 반성과 변화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민간 출신인 최 원장에 대해 취임 전부터 반발이 적지 않았습니다.
금감원 노조는 최 원장이 취임한 지난 11일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라는 성명을 내고 하나금융 출신인 최 원장에게 최순실에 대한 불법대출 검사와 하나은행 관련 추문에 대한 엄정한 제재를 요구한 바 있습니다.
또 최 원장이 취임사에서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한 기업이 시장에서 인정받도록 공시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는데, 오후에 금감원이 이에 대해 “정해진 바 없다”는 해명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감사원 감사보고서에서 채용비리와 직원들의 일탈 등 검은 민낯이 드러난 이후 내부에서 최 원장의 개혁 노선에 불만을 제기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이에 최 원장이 조직쇄신의 강력한 의지를 보이기 위해 외부 의견 수용을 넘어 부원장급 자리에 외부인사를 영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서태종 수석부원장을 비롯한 금감원 임원 13명 전원은 최 원장 취임 후 사의를 표한 상태입니다. /정훈규기자 cargo29@sedaily.com
[영상편집 이한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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