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137개국 중 26위를 기록했다. 지난 2007년 11위에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으며 최근 4년간은 지금 순위에 머물고 있다. 특히 경직된 노동시장이 국가경쟁력 성장의 발목을 잡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세계경제포럼(WEF)은 올해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을 지난해와 같은 26위로 평가했다. WEF는 세계의 저명한 기업인·정치가·학자·언론인 등이 모여 경제를 논의하는 권위 있는 국제 민간회의로 1979년부터 매년 국가경쟁력을 평가해 발표하고 있다.
한국의 국제경쟁력은 2007년 11위 등 최상위권에 있었으나 2008년 13위, 2009년 19위로 뒷걸음치더니 2014년에는 26위까지 떨어졌다. 이후 올해까지 4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부문별로 보면 노동시장 효율성과 금융시장 성숙도 부문이 각각 73위와 74위로 경쟁력을 깎아 먹는 주범으로 지목됐다. 노동시장의 경우 지난해 77위에서 4계단 오르기는 했으나 여전히 하위권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노사 간 협력(130위), 정리해고 비용(112위), 고용 및 해고 관행(88위), 임금 결정의 유연성(62위) 등이 특히 좋지 않다. 요약하면 한국의 노동시장은 고용과 해고, 임금 결정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노사 갈등만 심해 효율성이 낮다는 얘기다.
내년에는 평가가 더 나빠질 가능성도 크다. WEF는 매년 3~4월 평가를 위한 조사를 실시하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등 2대 지침을 폐기하는 등 노동시장 유연성을 떨어뜨리는 정책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해고 지침은 성과가 낮은 노동자 등을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은 사회적 합리성이 있는 제도이면 노조의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바꿀 수 있게 한 것이다.
금융시장 성숙도 부문에서는 대출의 용이성(90위), 은행 건전성(91위), 금융서비스의 기업 수요 대응성(81위), 증권거래 관련 규제(71위) 등이 점수를 깎는 요소로 거론됐다. 관치금융의 관행 탓에 경쟁력 강화가 더딘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벤처 자본의 이용 가능성은 지난해 76위에서 64위로 순위가 많이 뛰었다.
한국의 거시경제는 세계 2위라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세부적으로 인플레이션이 1위였고 국가 저축률(8위), 국가재정수지(11위) 등도 양호했다. WEF는 우리나라를 통신·교통 등 인프라가 잘 갖춰진 나라로 평가했다. 인프라 부문의 경우 지난해 10위에서 8위로 올랐는데 유선전화 가입자(4위), 철도 인프라의 질(7위), 도로 인프라의 질(12위) 등이 좋은 점수를 받았다.
경제의 혁신역량을 반영하는 기업혁신 부문은 지난해보다 두 단계 상승한 18위였다. 하지만 2012년 16위였음을 감안하면 하락하는 추세이며 중국(28위), 인도(29위), 인도네시아(31위) 등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올해 국가경쟁력 1위는 지난해와 동일하게 스위스가 차지했다. 미국은 지난해 3위에서 올해 2위로 순위를 끌어올렸고 3위는 싱가포르였다. 주요국 순위를 보면 독일 5위, 일본 9위, 이스라엘 16위, 중국 27위 등이었다.
기재부는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 성장을 위해 인적 자본 투자 확대, 혁신성장 등 패러다임 전환 노력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며 “특히 고용 안전망 강화를 전제로 노동시장의 역동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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