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2333년에 건국한 고조선의 문명은 청동기시대로 분류된다.
종이가 없던 시절 선사인들은 자신의 바람을 커다란 바위 같은 성스러운 장소에 새기곤 했다. 이르면 신석기 후반에서 청동기 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보인는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는 그들의 생활상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높이 4m, 너비 10m의 ㄱ자 모양으로 꺾인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반구대안길에 위치한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에는 약 200여 점의 그림이 새겨져 있다. 조각기로 쪼아 윤곽선을 만들거나 떼 내기, 갈아내기 등의 기법이 쓰인 것이 신석기 말에서 청동기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유추하는 근거다.
함정에 빠진 호랑이와 새끼를 밴 호랑이를 비롯해 교미하는 멧돼지, 새끼를 거느린 사슴 등 육지동물이 묘사돼 있고 작살 맞은 고래와 새끼를 데리고 다니는 고래 같은 바다 동물도 볼 수 있다. 탈을 쓴 무당, 과장된 성기를 드러낸 채 춤추는 남자, 그물을 쳐 고래를 잡는 어부와 사냥꾼도 볼 수 있는데 전체적으로 동물들이 많이 번식하고 그로 인해 사냥거리가 풍부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음을 알 수 있다. 선과 점을 이용해 사냥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동물의 특징을 실감나게 묘사한 점에서 미술작품으로서 가치가 상당하며 사냥미술인 동시에 종교미술로서 선사시대 사람의 생활과 풍습을 알 수 있기에 더욱 가치 있다.
암각화는 북방문화권과 관련된 유적으로 우리 민족의 기원과 이동을 알려주는 자료라 지난 1995년에 국보로 지정됐다. 그러나 1965년 완공된 사연댐으로 인해 침수와 노출이 반복되고 있어 보호 방안이 절실한 상황이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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