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용의자로 의심가는 사람이 있다면, 여기에 신고하세요!”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필리핀에서 마약용의자 신고함 설치를 두고 찬반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4일 GMA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필리핀 내무자치부가 지난 8월부터 수도권에 있는 케손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이 신고함을 전국으로 확대 설치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고함은 이웃 중에 마약판매상이나 투약자로 의심되는 사람이 있으면 이름을 적어 넣도록 하고 있다. 또한 마약 이외의 범죄 용의자도 익명으로 신고할 수 있는데, 내무자치부는 이 신고함을 통해 범죄 용의자 정보를 보다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주민들의 참여도 촉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널드 델라로사 경찰청장은 “신고함은 정보 수집을 위한 좋은 방법”이라며 “경찰이 신고 내용을 철저히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필리핀 정부의 설명과는 달리 익명의 신고가 개인적인 보복의 한 방법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무고한 사람이 마약 용의자로 몰려 ‘마녀사냥’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리사 혼티베로스 상원의원은 “신고함 설치는 위험한 구상”이라고 지적했으며 필리핀 인권단체 ‘카라파탄’은 “살생부를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필리핀 국가인권위원회 또한 익명의 신고에 대한 확인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이고, 이웃 주민 간의 개인적 보복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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