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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프랜차이즈는 아이러니다

창업의 편리성 좇아 프랜차이즈 창업하는 많은 자영업자들

국내 5,044개 프랜차이즈 브랜드 중 직영점 없는 브랜드 절반 넘어

“돈과 인감만 준비하세요.”

최근 들어 프랜차이즈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사회적 지탄의 대상으로 떠올랐지만 프랜차이즈는 여러 장점을 갖춘 비즈니스 모델이다. 언뜻 떠오르는 것만도 △창업의 편리성 △전문 집단의 조력 △빠른 창업 등을 나열할 수 있다.

‘예비 사장님들께서’ 특히 주목하는 것은 창업과정의 편리성인 듯 하다. 실제로 프랜차이즈는 많은 것을 해준다. 사업장을 여는 데 100개 과정이 있다면 프랜차이즈는 1부터 99까지 대행해준다. “돈과 인감도장만 준비하면 된다”는 프랜차이즈박람회장에서의 외침이 결코 과장이 아닌 셈이다.

최근 뜨고 있다는 한 육류 프랜차이즈는 자사 홈페이지에 ‘주방에 요리사도 필요 없다’ ‘고기가 양념과 원팩으로 포장돼 나와 손질할 필요도 없다’ ‘본사 직원이 영업신고·사업자등록 등도 대행한다’는 문구를 장점으로 나열해놓았다.

정말 그럴까.

프랜차이즈란 비즈니스 모델이 작동하는 곳은 자영업 시장이다. 자영업을 풀어쓰면 ‘스스로 영위하는 업’이다. 자영업의 궁극적 지향점은 창업과 운영의 A~Z까지 모든 것을 자영업자 스스로 컨트롤하는 것이다. ‘자립할 수 있는’ 자영업자가 돼야 이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프랜차이즈는 자영업자에게서 이 모든 것을 앗아간다. 쉽게 말해 그들은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고기를 낚는 법이나 낚은 고기를 손질하는 법, 양념을 만드는 법은 영업비밀이다. 그만큼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하다. 10년 넘게 치킨집을 운영했는데도 치킨의 핵심인 염지방법조차 모르는 치킨집 사장이 넘쳐나는 이유다.

이보다 더 놀라운 통계는 또 있다. 지난해 6월 프랜차이즈컨설팅 업체 맥세스컨설팅이 내놓은 ‘2016년 프랜차이즈 산업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정보공개서를 등록한 프랜차이즈 브랜드 5,044개 중 직영점이 한 곳도 없는 브랜드가 절반이 넘는 56.6%에 달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사업 노하우 부재 △재무건전성 악화 등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10개 프랜차이즈 브랜드 중 6개 가량이 레드오션으로 불리는 이 시장에서 정작 자신은 몸을 사리는 반면 사업 파트너인 가맹점주들을 총알받이로 내세우고 있다는 뜻이다.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불공정거래의 원흉이지만 반대로 프랜차이즈 본사 눈으로 보면 가맹점주는 ‘눈먼 돈’에 불과한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자영업은 ‘스스로 영위하는 업’이며 자영업자 스스로가 많은 부분을 콘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같은 자영업의 본질과 당위를 국내 자영업 시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반면 국내 자영업 시장에서 프랜차이즈가 주류로 올라선 지는 이미 오래다. 자영업의 본질에서 가장 먼 형태인 프랜차이즈가 이 시장의 지배적 모델이 된 것은 아이러니다.

자영업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되려면 결국 자영업자 스스로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박해욱기자 spook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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