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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본 우리 문화재]일제가 떼가려 한 전등사 철종

보물 제393호 전등사 철종. /사진제공=문화재청




인천 강화군 길상면 전등사에 소재한 보물 제393호 ‘전등사 철종’은 우리나라에서 만든 것이 아닌 중국산(産)이다.

천년고찰 전등사는 고구려 소수림왕 때 창건됐다고 구전되지만 문헌에 처음 등장한 것은 ‘신증동국여지승람’으로 고려 말 충렬왕과 결혼한 몽골 출신 왕비 정화궁주가 1282년에 송나라에서 간행된 대장경과 옥등(玉燈)을 시주하며 ‘전등사’라는 이름이 붙은 계기가 됐다.

높이 1.64m의 종 꼭대기에는 두 마리 용이 서로 등지고 웅크려서 종의 고리를 이루고 있다. 형태와 조각수법에서 중국 종의 전형적 특징을 보여준다. 소리의 울림을 돕는 음통 없이 천판(天板) 중앙에 구멍을 뚫었는데 동(銅)이 아닌 철로 만든 종이지만 그 소리가 유난히 청아하다. 몸통 중간부의 정사각형 틀 안에 새겨진 명문을 통해 중국 허난성 백암산 숭명사에서 북송시대 철종 4년에 주조된 종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우리 시대로 따지면 고려 숙종 2년인 1097년의 것으로 200여년 뒤 정화궁주가 시주할 때 이 종도 함께 온 것이 아닐까 추정할 수 있다.



이 종에 기구한 사연이 있다. 일제가 태평양전쟁 당시 금속류의 강제수탈 과정에서 종을 떼 빼앗아갔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일본이 패망한 후 인천 부평의 병기창에서 종이 발견돼 전등사로 돌아와 제자리를 찾았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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